<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2) 임영석 시인의 ‘침묵에게 배우다’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2) 임영석 시인의 ‘침묵에게 배우다’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0.06.28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침묵에게 배우다

         - 임영석

 

 세상 일 다 몰라도

 침묵 하나 배운다면

 

 어둠 속 별빛처럼

 천 년 만년 살 것인데

 

 내 귀는

 침묵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입이 있어 말을 하고

 귀가 있어 듣는 건데

 

 나무는 그 침묵을

 어떻게 알아듣고

 

 세월의

 답을 말하듯

 침묵의 글을 새긴다,

 

 <해설>  

 침묵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눈빛 같은 것이 아닐까요. 아니, 우리의 발을 돌과 흙과 오물로부터 보호해 주는 신발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침묵은 우리가 사는 동안 시냇물을 건널 때 자신의 등을 내어 주는 징검다리 같은 것인지도 모르죠. 침묵은 자기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거울과 같은 것이고, 억압의 엄동설한에서 벗어나 맑고 따뜻한 봄 햇살 같은 것이 아닐런지요. 

 우리는 침묵을 통해 비가 오면 빗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게 되고, 산이 높아도 하늘 아래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며, 세상의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천년도 넘게 살아온 은행나무를 볼 때마다 우리네 인생이 참으로 짧다는 것과 덧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무는 침묵으로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해주는데, 어쩌면 우리의 귀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인은 나무의 침묵을 조금씩 배워 가고 있습니다. 들어야 할 것, 말해야 할 것, 글로 써야 할 것을 익히고 있습니다. 밤하늘이 어둠 속에서 별빛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잠들지 않은 돌의 말을 듣고, 허공중의 말도 듣고, 흘러가는 강물 소리를 들으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진실로 깨닫고 있는 듯합니다.

 

 강민숙 시인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