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을 연재한다.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면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시 소개다. 하루를 여는 아침, 산뜻하고 생기 넘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담쟁이
- 도종환 시인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온 국민이 힘든 시기에 희망과 의지를 노래 한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담쟁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절망적 상황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시인은 시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담벼락에 탁 붙어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어가며 영차영차 서로 응원가며 절망을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결코 어둠에 잠들지 말자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소리가 시의 행간에서 들려옵니다. 회색빛 절망을 푸르게 다 덮을 때까지 절대 손을 놓지 말자는 기도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마도 시인은 만물을 보는 아주 특별한 눈이 있나 봅니다
오래 전 이 시를 알고부터 담쟁이는 그저 푸른 넝쿨 식물이 아니라 푸른 잎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내 눈에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담쟁이는 저렇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기어오르면서 마침내 그 벽을 넘는데, 나는 왜 단숨에 넘으려 하는지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때가 많았습니다.
담쟁이는 절망뿐인 저 거친 담벼락을 잡고 푸른 하늘만 바라보며 잘도 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한꺼번에 내딛으며 너무 많은 것들을 이루려는 것은 아닐런지요
강민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