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 이승하
고해에 노를 저어 가는
저는 아직도 사람입니다
모든 고뇌하는 넋은
고뇌의 깊이로 말미암아
아름다울 것입니다
사람 사이에서 한번쯤
사람답게 살라고 낳아주셨으나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더럽혀지고
자주 참담해지고
이 밤에 날벌레들이
형광불빛을 향해 머리 박고 달려듭니다
제가 살아온 날수만큼 많은 미물이
저로 인해 죽을 것입니다
제가 살아온 달수만큼 많은 사람이
저로 인해 괴로웠을 것입니다
죄 얼마나 더 지어야
단 한 번인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완전한 어둠 속에 꿇어앉아
몇 시간째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홀로 기도하는 밤에야
제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사람 같은 사람이
사람의 얼굴을 한 자식이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
<해설>
체코 프라하에 블타강을 건너는 오래된 다리 카를교가 있습니다. 그 다리에는 고해성사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최초의 순교자 얀 네포무츠키 신부의 동상이 있습니다. 1963년 카를교에 네포무츠키의 동상이 세워졌는데, 그 동상 앞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네포무츠키의 신부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성인으로 추앙 받고 있지요.
나 또한 10여 년 전, 프라하로 여행을 갔을 때 카를교 네포무츠키의 동상 앞에서 소원을 간절히 빌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짐을 찾고 있는데 둘째아이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천주교인들은 주기적으로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합니다. 고해소에 들어가서 신부님과 칸 먹이를 사이에 두고 지난번 고해성사 이후 본인이 행한 잘못을 고해하면 신부님은 두 가지의 처방을 내립니다. 어떻게 해야 죄를 씻을 수 있는지 가져야 할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을 가르쳐주십니다. 이를 ‘훈계’라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무슨 기도를 몇 번 하라고 하는데 이를 ‘보속’이라고 합니다. 신부님은 신자가 한 고해에 대해서는 목숨처럼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야 합니다.
고해성사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로는 <나는 고백 한다> <문신을 한 신부님> <사일런스> 등 있습니다. 모두 거칠어진 마음을 다듬는 이야기들입니다.
시인은 고해를 하고 온 날을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온 날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생명의 고향입니다. 이 시의 마지막 싯구가 심장을 철렁 내려 않게 하면서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한 자식이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
강민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