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22> ‘한 가지 소원 들어주는 산’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22> ‘한 가지 소원 들어주는 산’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2.04.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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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산이 있다고 한다. 단양 구인사, 여수 향일암, 임실 상이암, 팔공산 갓바위, 창녕 관룡사 등등이 꼽힌다. 수능생 어머니들, 시험과 승진 그리고 당선을 앞둔 당사자들이 은밀히 많이 찾는 곳들이다. 주로 절이 언급되지만, 절이 아닌 산의 기운 덕분이다. 산마다 기운이 다르다. 그 가운데 으뜸은 전북의 모악산이다. 전북도민만이 과소평가할 뿐이다.

진표율사와 강증산이 이곳에서 도를 깨쳤다. 시인 김지하 선생은 모악산을 예사로이 보지 않는다. “풍수적으로 한반도의 배꼽은 모악산이다. 모악산 저쪽 즉 금산사 쪽이 자궁에 해당하고, 모악산 이쪽 즉 전주 쪽이 이를 지탱해주는 척추이다. 김제 오리알터[금평저수지]는 한반도의 자궁이다.”

기실, 김지하 선생은 전북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목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원주에 거주한다. 그는 시인이지만 영적 능력이 탁월하다. 그런 시인의 모악산 평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김지하 선생은 필자에게 ‘서기권(瑞氣圈) 풍수’란 담론으로 풍수연구를 확장하라고 늘 채근하시던 분이고, 풍수 방법론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지금도 원주에 거주하지만, 건강이 안 좋아 더이상 뵐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필자가 모악산을 다시 본 계기이기도 하였다. 필자가 가장 많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

구이 쪽 모악산에 3개의 길지가 있다는 전설이 있다. 모악산 정상 부분 어딘가에 천혈(天穴), 중간 부분에 인혈(人穴), 그리고 맨 아랫부분에 지혈(地穴)이 있다는 전설이다. 큰 인물이 나올 자리란다. 그 가운데 모악산 중턱의 인혈(人穴) 자리가 김일성 시조묘라는 말이 전해진다. 지혈(地穴))은 구이저수지가 생기는 바람에 잠기어 수중혈(水中穴)이 되었다고 한다.

모악산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에게도 알려져 있다. 이곳이 그의 조상 묘가 있기 때문이다(모악산 ‘김일성 시조묘’). 김일성도 생전에 전주와의 인연을 알고 있었다. 그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나의 가문은 김계상 대에 살길을 찾아 전라북도 전주에서 북으로 왔다”고 적고 있다. 그 아들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 공동 선언을 발표한 직후 그해 8월 언론사 대표 40명이 박지원 문광부 장관(현 국정원장)과 북을 방문하였다. 장영배 당시 전주MBC 사장도 일원이었다. 장 사장은 김일성 시조묘와 전주의 명승들을 추려 앨범을 만들어 방북했다. 직접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할 수가 없었기에, 어 박지원 장관을 통해 김용순 대남비서에게 전하게 했다.

방문 마지막 날 김정일 위원장 주최 만찬이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일행들은 김 위원장과 자유롭게 건배하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때 장 사장이 와인 잔을 들고 김 위원장에게 가서 “전주MBC 장영배 사장입니다” 하고 소개하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아, 전주MBC!” 하면서 반가워하였다. 이에 장 사장이 “전주에 전주 김씨 시조묘가 있습니다. 아십니까? 한번 오시지요”라고 말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알고 있습니다. 수령님(김일성)이 계셨더라면 벌써 가셨을 것입니다. 답방하면 당연히 가야지요” 하고 화답하였다. 남북관계가 더욱 좋아져 그가 생전에 남한을 방문했더라면 그의 시조묘를 찾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누가 알랴, 언젠가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을 찾을지!

모악산은 영산이다. ‘산을 탄다’는 등산(登山)이나 ‘산을 정복한다’는 말은 산에 대한 모욕이다. 산에 경건하게 들어가고[入山], 산을 경배하고[敬山], 산의 정신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마음[和山]으로 모악산을 찾을 때, 분명 모악산을 찾는 사람에게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모악산을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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