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6> 순창이 낳은 법성(法聖) 가인 김병로와 풍수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6> 순창이 낳은 법성(法聖) 가인 김병로와 풍수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2.03.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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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흥(福興)이란 이름이 좋다. 복이 흥한다는 뜻이다. 땅이름은 그 땅의 기운을 표현한다. 신재효 판본 ‘흥부전’은 복흥을 십승지로 소개한다. 도선국사의 비결 ‘옥룡자유세비록’도 “복흥에 혈(穴·길지) 24개가 맺혔다.”고 적고 있다.

인걸지령일진대, 이러한 위대한 땅은 누구를 배출시켰을까?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다. 고려·조선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순창이 배출한 위대한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거쳐 건국 후 10년 동안 대법원장을 확연공대(廓然公大)한 정신으로 수행하여 사법권을 확립하였다. ‘법가의 성인[法聖]’으로 존경받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글은 풍수 주제이기에 생략한다.

가인은 길지의 생가(복흥면 하리)에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풍수와 운명적 인연이 있다. 가인은 아버지와 자신 모두 외아들이었다. 삼촌·사촌이 없는 집안이었다. 일곱 살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연달아 여위어 소년가장이 되었다. 열두 살 때는 할머니까지 여읜다. 절손의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가문의 위기를 반전시키고자 가인은 풍수 공부를 하여 개안의 경지에 오른다.

“나(가인) 역시 산서(풍수서)를 신뢰하여 소위 명당설에 끌렸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산서를 많이 읽은 탓에 명안(明眼)으로 자칭하고, 또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약 반년이라는 시간을 답산에 종사하여 묘지를 완장하고 장례를 마쳤다.”(김학준, ‘가인 김병로 평전’).

이후 가인은 풍수를 통한 가세 반전을 성공시킨다. 명당 발복의 대표적 사례이다. 가인이 선영을 모신 자리는 지금도 순창과 담양 곳곳에 있어 전국의 풍수 호사가들의 교육현장이 되고 있다. 가인이 모신 부모 묘는 복흥면 산정리, 할머니 묘는 복흥면 상송리, 할아버지 묘는 전남 담양군 금성면 금성리 등에 분산되어 있다. 풍수지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유기상 박사(현, 고창군수)는 가인 부모묘를 봉황포란(鳳凰抱卵)의 길지로 꼽았다. 상송리에 있는 할머니 묘는 두 용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이룡쟁주(二龍爭珠)의 길지이다.

가인 후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 손자 김종인 박사이다.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그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관여하였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당선 직전까지 자문에 응하였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경제정책가로 활동하였고, 비례대표로 다섯 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특히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신설하여 관철한 주역이다. 박근혜·문재인 두 대통령을 당선시킨 킹메이커이자, 박근혜 탄핵 이후 비대위원장으로 ‘국민의 힘’을 소생시켰다. 윤석열 당선자는 선거전 그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셨으나 얼마 후 해촉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하였다.

김 박사는 최근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대통령제에서는 그 어떤 대통령도 실패할 운명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대통령들에게 비스마르크에 귀 기울일 것을 조언한다.

“신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그가 지나갈 적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외투자락을 잡아채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어떤 대통령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국가의 불행이다.

가인의 생가·선영·가인연수관이 복흥에 있다. 풍수가들 말고도 많은 언론인·법조인·정치인들이 이곳을 찾으나 ‘인프라’가 몹시도 어설프다. ‘인프라’는 안내판 하나 달란 세우는 것이 아니다. 복흥은 신령한 기운이 모인 곳(spiritual power spot: 穴)이다. 관광성지로 만들 수 있는 유·무형의 ‘인프라’가 무궁하다. 순창군청이 못하면 전라북도가 챙겨주시길 부탁드린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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