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7> 지자체 통폐합만이 전북을 살린다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7> 지자체 통폐합만이 전북을 살린다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2.03.24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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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9년 2월 2일자 ‘선조실록’에 실린 선조임금과 신하 사이의 대화 한 대목이다.

“탄환만한 작은 조선 땅에 자잘한 고을들을 무엇 때문에 나누어 설치하였는가? 중국 제(齊)나라는 땅이 컸지만 70여 개 고을밖에 없었다. 조선은 3백 60개 고을이 있는데, 그 많은 고을 수령들을 어디서 얻겠는가. 내 생각에 3백이란 숫자를 연연하지 말고 고을들을 통합하여 줄이고 싶다.”

360개나 되는 고을로 방만한 조직과 벼슬아치만 먹여 살리는 것을 선조임금이 혁파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대신 윤두수가 반대한다.

“전하! 고을을 통합하여 줄였다가 좋은 수령들을 얻지 못하면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여기서 임금과 신하가 대립한 주제는 고을수령, 즉 ‘공무원 밥그릇’ 문제였다. 결국 선조임금도 통폐합을 하지 못했다. 필자의 직장은 삼례에 있다. 행정구역상 완주군에 속한다. 그러나 생활권은 전주 혹은 익산이다. 전주와 완주 통합 투표가 있었지만 부결되었다. 역사적으로 전주와 완주는 하나였다. 완주군청이 전주에 있었다. 해방 이후 폭발적인 인구증가 때에는 전주와 완주란 지자체가 가능했다. 지금 인구수는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공무원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교통·통신·치안·의료체계가 발달한 지금도 기존 행정조직을 존치 시켜야 할까?

필자가 주소를 두고 있는 순창군은 인구 2만 6천 명 대이다. 지난 추석 때부터 면 소재지에 이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더니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문자’가 날아온다. ‘여론조사에 꼭 참여해달라!’거나 뜬금없는 안부 인사이다. ‘군수 출마예상자’들이다. 어떻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불쾌하다.

4년마다 군수를 뽑는다. 연봉도 많지 않은 군수를 왜 하려고 할까? 그들이 와서 인구가 늘었는가? 시골 노인들의 삶이 편안해졌고, 마을이 좀 더 깨끗해졌는가? 느는 것은 악취 나는 축사와 버젓한 옛길 확·포장하는 것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관련자들이 입건되거나 구속되기도 한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 군민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공무원들도 어디에 줄 설지 긴장한다. 재정자립도는 한심하다.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한 226개의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의 평균재정자립도는 60% 내외인데, 순창군과 같은 곳의 재정자립도는 10% 안팎이다. 군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못 준다는 뜻이다. 언제까지 이대로 두어야 할까?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면 단위를 폐지하고 3만 미만의 군은 인근 시·군과 통폐합을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통폐합 문제는 군수와 군의원을 꿈꾸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다. 오죽하면 절대 권력을 가졌던 선조임금도 통폐합에 실패했을까?

통폐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순창은 임실·남원을 하나의 지역구로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순창 인구수 2만 6천, 임실 2만 8천, 남원 7만 9천, 합해도 14만 명이 안 된다. ‘임·순·남’, ‘무·진·장’, ‘전주·완주’ 등으로 묶어야 한다. 군의 역사성과 광할한 생활권을 고려하여 ‘폐지불가’를 주장할 수 있다. 지금은 교통과 통신 발달로 행정업무가 쉽고 간편해졌다. 소수의 행정 인원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농촌은 형해화(形骸化)된 지 오래다.

통폐합 과정에서 실제 생활권에 따라 행정구역 재조정도 필요하다. 지난주 소개한 ‘영적인 기운의 땅(spiritual power spot)’ 순창 복흥의 생활권은 정읍이다. 생활권에 따라 과감하게 행정구역의 개편도 필요하다. 풍수는 바람과 물이다. 변화가 생명이다. 바람이 불지 않고, 물이 썩는 고을은 죽은 땅이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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