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8> 묘지 풍수와 귀향장(歸鄕葬)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8> 묘지 풍수와 귀향장(歸鄕葬)
  • 김두규 우석대 교수
  • 승인 2022.03.31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년 전인 2020년 1월 19일 롯데 신격호 회장이 작고하였다. 그는 고향을 사랑하였다. 죽어서 고향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울주군 삼동면 생가 근처에 장지가 마련되었다. 그때 필자는 ‘상하이 올드 데이스’의 박규원 작가 초청으로 아내와 함께 상하이를 방문하던 중이었다. 상하이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를 하는데, 롯데 측에서 “신격호 회장 하관(下官) 절차를 살펴달라”는 전화가 왔다. 박규원 작가께 양해를 구하고 나 혼자 다음날 오전 8시 상하이 공항을 출발하여 김포공항→서울역→울산역→울주군 삼동면 장지에 오후 3시 도착하는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묘역·안장·봉분 조성과정을 꼼꼼히 지켜보았다. 장지 조성과정에는 울주군청 공무원이 묘역 규모(5x6M)와 봉분 높이(50 CM)를 직접 줄자로 재면서 ‘감시’하고 있었다. 전통 봉분에 비해 너무 초라한 무덤이 만들어졌다. 현행 묘지법상 어쩔 수 없단다. 그때 필자는 국립현충원 대통령 묘역들이 떠올랐다. 대통령 무덤의 규모나 봉분 높이는 왕릉에 버금간다. 국가기여도를 따지자면 평생 기업보국(企業報國)을 사훈으로 삼던 신 회장 역시 대통령에 못지않았다. 왜 대통령 무덤만 예외여야 하는가?

김열규 교수는 우리 전통 봉분을 “꽃받침에 바쳐진 꽃망울로 온 세계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무덤은 없다”라고 극찬하였다. 그래서 그는 “꽃무덤”이라 불렀다. 역사학자 윤명철(동국대) 명예교수는 2가지 관점에서 말한다. “우리나라 무덤이 둥근 모양을 하는 것은 봉분과 뒷동산 둥근 봉우리가 어울리게 하고자 하는, 즉 산천과의 조화라는 미학적 표현이다. 둘째, 의미론적 관점에서 부분(무덤)과 전체(산하)는 하나라는 유기체적 관념이다. 사람이 죽으면 산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전통 무덤이다.” 필자 역시 깔끔하게 벌초한 봉분들을 볼 때마다, 사람이 죽으면 산천의 꽃으로 환생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전통 무덤은 현행 묘지법상 쓸 수가 없다. 도로와 하천에서 200M, 20호 이상 민가와는 300M 떨어져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묘지법을 따르자면, 전국의 많은 무덤들이 ‘철거’되어야 한다. 더이상 “꽃무덤”도 아니고, 죽어서 꽃으로 환생하는 것도 아니다.

전통봉분양식이 아니더라도, 고향을 떠난 이들이 죽어서 고향이나 선산 언저리에 묻히고 싶은 이들이 많다. 3가지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 첫째, 선영 아래 묻혀도 벌초해 줄 사람이 없다. 둘째, 멧돼지가 봉분을 참혹하게 파헤친다. 셋째, 아주 고약한 마을 사람들의 텃세이다. 내가 사는 순창 마을 이야기이다. 이 마을에 살다가 서울로로 떠난 이(李)씨가 죽어서 조상님 곁에 묻히기 위해 돌아왔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유족 측은 마을 공터에서 노제를 지내는 것과 마을 회관에서 식사하는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때는 한마을에 살았던 사람에게조차 텃세를 부린 것이다.

죽은 사람조차도 귀향을 허락하지 않는 시골 마을과 군이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을까? 마을마다 ‘동네 땅’ 혹은 ‘동네 산’이 있다. 그곳을 ‘마을공동묘원’으로 조성한다. 고향에서 묻히고 싶은 출향인들에게 실비로 분양한다. 도시 근교의 사설공원은 분양가도 비싼 데다가 안치 기간이 한정되어 불안하다. 분양 및 관리는 마을공동체가 담당한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일거리가 생길 뿐만 아니라 마을재산이 는다. 출향인들은 명절 또는 한식 때 성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옛 친구·친지들을 만날 수 있다. 고향 방문이 정례화되고 잦아진다.

필자는 이를 ‘귀향장(歸鄕葬)’이라 이름 짓는다. 마을마다 귀향장을 위한 작은 공동묘원을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농촌 부활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