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24>‘어린 외국 손님의 전북 방문’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24>‘어린 외국 손님의 전북 방문’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2.05.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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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께서 연락을 주셨다. 그분은 서울에서 태어나 일찍 미국 하버드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귀국하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이후 핀란드대사·러시아 대사·KBS 이사장 등을 역임한다. 80대 중반 연세이지만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신다. 이 전 대사께서 필자에게 연락을 주신 내용이다.

“김 교수, 7월에 미국에 있는 딸 부부와 중1·중2 손자가 한국을 방문해요. 그때 전북여행을 1박2일로 추천했어요. 김교수 고향이니, 1박2일 여행 동선과 먹거리 및 호텔을 좀 알아봐줘요.” “네, 잘 알겠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하였으나 점점 걱정이 커진다. 볼거리·먹거리·잠자리 3가지가 핵심사항이다. ‘아이 손님이 무섭다.’고 했다. 미국에서 자란 중1·중2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곳이 되려면?

우선 음식이다. 다섯 끼 식사를 무엇으로 추천하지? 비빔밥·한정식·콩나물국밥·풍천장어·남원추어탕? 유감스럽게도 그것들은 이제 전북만의 음식이 아니다. 지난주말 의정부 답사가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려다 보니 ‘남원추어탕’·‘00소고기’·‘풍천장어’ 상호를 가진 음식점이 이웃하고 있었다. ‘풍천장어’를 택했다. 고창의 풍천장어와 다를 바 없었다. 이제 ‘전북의 음식’은 전국적으로 평준화되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상도 제주도를 가도 ‘전주식 백반’과 ‘전주 콩나물국밥’ 간판이 보인다. 맛도 차이가 없다. 문제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1·중2 손자들이 그것을 좋아할까이다. 보편적인 음식이어야 한다.

‘국내 여행할 때 먹거리 선택에 자신이 없으면 삼결살 주문하고, 외국 여행 때 무엇 먹을지 고민되면 소고기 스테이크 시켜라!’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정읍 산외 한우마을이 있다. 정읍에서 3선을 지낸 유성엽 전 국회의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맛 좋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산 소고기만을 제공하는 서울 강남의 ‘로리스 000’라는 유명 음식점과 비교한다면? 두 곳의 가격은 비슷하다. ‘소스’와 구이 방식의 차이가 분명 있다. 어린이들은 분명 후자를 선호할 것이다. 전주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어쨌든 미국의 ‘어린 손님들’에게 전통 전주 음식보다는 ‘한우마을’을 추천해 볼 생각이다.

무엇을 보게 할까? 관광(觀光)이란 그 지역의 빛[빼어남]을 보는 것이라고 이전 글에서 소개하였다. 전주에서 가장 빼어난 곳은? 한옥마을·경기전·전라감영? 분명 추천코스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만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다음에는?

부여에 가면 ‘부여백제문화단지’가 있고, 백제궁궐이 복원되어 있다. 십 수년 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 워크숍이 그곳에 있었다. 그때는 궁궐이 조성 중이었다. 건축양식이 왠지 일본풍이었다. 위원 중 한 명이 “왜 일본풍이죠?”라고 물었다. 안내 주무관의 답변이 일품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백제식 건축물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일본 건축은 백제에서 건너간 것입니다. 따라서 이 건축물은 일본식이 아닌 원래 백제 것입니다.”

지금 많은 관광객이 백제궁궐을 찾는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백제궁궐이 백제 때부터 있던 것으로 착각한다. 심지어 일본인 관광객도 많다.

후백제 도읍지 전주에 후백제 궁궐이 지어져야 할 이유이다. 미국에서 온 어린 손님에게 당당하게 “이곳은 후백제 궁궐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추천할 숙소는 어디로 함이 좋을까? 조성된 후백제 궁궐 일부를 호텔로 이용하면 된다. 탑·연못·궁궐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비보(裨補)풍수는 그로 인해 그 공동체를 흥성하게 하는 것이다. 7월 미국에서 전북을 찾을 어린 손님에게 무엇을 추천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이다. 전북 부흥책의 고민이기도 하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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