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29> 한국의 대표적 마을 명당 남원양씨 집성촌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29> 한국의 대표적 마을 명당 남원양씨 집성촌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2.06.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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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세계유물 및 유적지협의회(ICOMOS)’ 회원이다. 전 세계 유명 박물관을 무료로 줄 서지 않고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따라서 국내외 문화유산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바가 있다. 10년 전인 2013년 ‘문화재보호재단’의 김종진 이사장님(이후 2017-2018년 문화재청 청장 역임)이 ‘월간문화재’에 ‘문화유산 속의 풍수’를 기고할 기회를 주셨다. 그때 필자는 한국의 대표적 마을 명당 두 곳을 소개하였다. 하나는 행주형 명당인 안동 하회마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북 구미마을이다.

행주형이란 배가 떠가는 형국이다. 하회마을 강 건너 부용대에 오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마을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 물[水]이기에 ‘물풍수’ 명당이다. 반면, 600년 길지 ‘순창 구미마을’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풍수적으로 하회마을에 견주어 전혀 뒤질 것이 없다. 고려 말에 입향(入鄕)한 남원양씨가 단일집성촌을 형성하며 600년 넘게 터전을 지켜 온 곳이다. 후손들은 이곳을 원핵(元核)으로 남원·임실·전주·광주·서울 등 전국에 산재한다. 또 고려 때의 과거합격증(국가보물로 지정)이 전해오고, 그리고 조선조에서도 과거 합격자들을 배출하였다는 사실에서 큰 길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마을을 중심으로 인근에 수많은 음택(묘지)명당들을 입향조와 그 후손들이 차지하고 있음도 하회마을과 풍산류씨와 관계가 비슷한 구조를 보여준다.

마을 뒤 주산은 무량산으로 서울 주산 북악산보다 높다. 그만큼 위용을 자랑한다. 그 한줄기 능선이 구불거리고 내려오다가 종가 바로 뒤에 큰 바위로 멈춘다. 이 바위를 녹갈암(鹿渴岩)이라 부른다. 종가 좌측으로 수십 미터 부근에 큰 우물이 있는데 대모정(大母井)이라 부른다. 목마른 사슴이 큰 우물을 만나 물을 마시니 얼마나 기쁠까? 이른바 갈록음수형(渴鹿飮水形)의 명당이다. 이 마을의 주산 무량산은 웅장하지만 바위가 많아 화기(火氣)가 강하여 지명을 물의 신 거북[구·龜]에서 따왔다.

구미마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하나는 풍수적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군 지자체의 무능이다.

하회마을은 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른바 물[水]풍수 명당이라면, 구미마을은 사방의 산으로 둘러싸인 산(山)풍수 명당이다. 물이 산보다 더 역동적이기에 세상에 쉽게 알려진 것이다. 반면 산풍수는 은둔적이고 소극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10년 전 ‘월간 문화재’에 기고한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지자체(순창군청)와 지역민의 이해와 관심 부족이다. 하회마을에 대해 일찍부터 행주형·연화부수형 등으로 풍수상 길지임을 강조하며 원형보존과 홍보에 힘을 기울였다면, 구미마을에 대해 이곳(순창군청)이 그 가치를 몰랐거나 무시하였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로 현재 종가 앞에 볼썽사나운 큰 공장형 창고가 들어서게 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또 구미 이웃 마을에 들어선 악취 나는 대형 축사들로 구미마을 이미지를 흐리게 한 점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경상에 하회마을이 있다면, 전북에 구미 마을이 있다!’라는 자부심으로, 지자체(순창군청)가 노력한다면 10년, 20년 후에는 전북의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회마을에 버금가는 ‘민속마을’이 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마을 앞에 4차선과 같은 2차선 도로가 확장된 것 빼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곳만이 아니다. 전북 도처에 명당 마을이 많다. 마을의 입지와 내력을 꼼꼼히 읽어내고 보전·홍보하는 인문학적 노력만이 전북을 문화관광 명소로 만들 수 있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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