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리운 사람’
- 장경옥 시인
텅 빈 고향집 담장 안
기다림이 꽃으로 피어
동백나무 정수리가 붉어졌나 보다
엄마 가신 마당 위로
축 쳐진 햇살이
어슬렁거리며
애꿎은 낙화만 달구고 있다
호미 하나 챙겨 들고
바닷가로 나서니
바짓가랑이 부여잡고
따라나서는 유년의 시절
어둠이 수평선 건너오는 저녁
모래밭 일구는 사람들 사이로
보고 싶은 얼굴이 있어
갈 길조차 잊었다
<해설> 누구에게나 고향은 그리움이 서성이는 곳입니다. 시인이 늘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는 집. 그 고향집에서 홀연히 떠난 주인을 기다리며 동백꽃이 올해도 어김없이 피었군요. 동백꽃은 “텅 빈 고향집 담장 안”에 저 혼자 피어 “동백나무 정수리가 붉어졌”다고 합니다.
몇 해 전, 제 어머니도 동백꽃이 질 무렵에 세상을 뜨셨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동백꽃이 피면 동백꽃보다 더 붉은 그리움이 울컥 울컥 피어나 고향집을 맴돌며 마음이 남아 울먹인답니다.
시인도 “엄마 가신 마당 위로/축 쳐진 햇살이/어슬렁거리며/애꿎은 낙화만 달구고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슬픔보다 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오네요.
3연에서는 시인이 “호미 하나 챙겨 들고/바닷가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도 아련한 유년 시절이 따라나섭니다. 그리고 “어둠이 수평선 건너오는 저녁/보고 싶은 얼굴” 때문에 갈 길 조차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고향은 사람의 마음을 붙잡고 쉽게 놓아 주지 않습니다.
이 시를 접하고 있으니 고향집의 정경이 아련하게 피어오릅니다. 그립고 보고 싶은 엄마가 살던 고향집. 이맘때쯤이면 감나무의 감꽃이 고개 숙이고 피었다가 제 발등으로 뚝뚝 떨어지겠지요. 유년 시절로 돌아가 감꽃 같은 그리움을 하나하나 주워 실에 꿰어 엄마 목에 걸어 주고 싶은데, 그 엄마는 이제 고향집에 안 계시네요. 손이라도 한번 잡아 보고 싶은데.
강민숙 시인/문학박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