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48) 장충열 시인의 ‘바오밥나무’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48) 장충열 시인의 ‘바오밥나무’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1.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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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오밥나무’
 

 - 장충열 시인

 

 때로, 세상을 거꾸로도 볼 일이다

 바로 쳐다본다고

 다 똑바로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 속내는 요지경이기도 하고

 허무와 실패는 숨어 있기 마련이다

 축복 받아야 기껏 백년사는 인간이

 천년의 지혜 물으면,

 말 대신 제 몸을 가리켜

 사려 깊이 뿌리 내리라 한다

 어린왕자의 꿈으로 피는 커다란 별꽃 매달고

 뿌리 공중으로, 섬세한 촉수 뻗어

 자신의 하늘 바라보게 하는 나무

 나무별에서 온 바오밥은 석양을 물들며

 시끄러운 세상을 향해 말없이 말한다

 

 때로, 세상을 거꾸로도 볼 일이라고.

  

 <해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바오밥나무를 석양에 보고 있노라면 그 동안 살아 온 삶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합니다. 거기에 덴마크 작가 이자크 디네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주연 메릴 스트라프와 로버트 레드퍼드) ‘아웃 오브더 아프리카’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 음악(클라리넷 협주곡 1악장) 들으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받았던 상처가 빗물처럼 녹아내리는 치유의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바오밥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생명의 나무로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와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는 이 나무는 동물들에게 열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벌레, 새, 곤충까지도 이 나무의 영양분을 좋아합니다. 바오밥나무가 열매를 맺으려면 수명이 20년가량 되어야 하고 열매는 200여개 열린다고 합니다. 여기 사람들은 누구나 이 나무를 좋아해서 거의 죽을 때 까지 생사고락을 함께 하지요. 간혹 관광객들을 만나면 바오밥 열매를 먹어보라고 주는데 맛을 본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 하지요. 어쩌다 방문자들이 엄지손가락 번쩍 들어 올리게 되면 까만 얼굴에 미소로 화답을 해줍니다. .

바오밥나무는 말이 없습니다. “축복 받아야 기껏 백년사는 인간이/천년의 지혜 물으면,/말 대신 제 몸을 가리켜/사려 깊이 뿌리 내리라 한다”고 하네요.

바오밥나무는 여기 사람들에게는 친구 같은 존재이자 많은 것을 내어주기 때문에 그런지 이 시를 쓴 시인 역시 “나무별에서 온 바오밥은 석양에 물들며/시끄러운 세상을 향해 고요하게 진실을 말한다.”라고 했습니다.

시인이 “때로, 세상을 거꾸로도 볼 일이라고” 말한 이유가 뭘까요? 복잡한 현실에서 세상을 거꾸로 보는 여유를 가져보라는 뜻이 아닐까요. 우리도 한번 땅에 근심을 내려놓고 잠시 하늘을 향해 봐요. 바오밥나무처럼.

 강민숙 시인 /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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