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84> 이상적의 차 맛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84> 이상적의 차 맛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승인 2020.09.06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송당집,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은송당집,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은 역관으로 총 12번의 연행 길에 오르며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 자하 신위, 해거도인 홍현주 등과 교유한 인물이다. 중인 출신으로 추사의 문하에 있었으며 총애를 받았다. 추사 김정희가 선물한 「세한도(歲寒圖)」를 지니고 북경에 가서 그가 교유했던 문사들에게 보인 후에 장요손을 비롯하여 청나라의 문사 16명의 제찬(題贊)을 받아온 일로 유명하다.

  북경으로 가는 길은 왕복 80일이 걸리며 머무르는 기간 60일까지 총 5~6개월씩 걸린다. 그의 나이 27세 1829년 10월, 첫 연행 길에 올랐다. 이상적은 이미 조선 문인과 교유하고 있던 청 문사들을 우선 만나고 그 이후부터는 북경의 새로운 문사들을 만나면서 교유의 폭을 넓힌다. 이 중에는 화가로 알려진 문사만도 21명이나 됐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새로운 문물을 보고 들으며 많은 이들에게 전하니 얼마나 기뻤을까. 힘든 연행길 이지만 즐거움은 더했을 것이다.

  이렇게 이상적은 청과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 교량 역할을 했으며 자신도 예술인으로의 위상을 지니게 된다. 금석학, 서, 화 등 각 부분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조선 사회보다 청나라에서 명성이 더 높았으며, 『은송당집』도 중국에서 간행되었다. 『은송당집』은 1848년 북경에서 초간한 본집 12권과 1864년 간행한 속집 12권으로 구성되어있다. 제첨(題簽)과 서문(序文) 발문(跋文)은 모두 중국 당대의 최고 지식인들이 그의 문집 출간을 기려 보내준 것이다.

  『은송당집』에는 차와 관련된 시문이 40여 수이며 차와 관련된 제목의 시 14수가 있다. 12번의 연행이 그에게 얼마나 다양한 중국의 차를 맛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지은 다시는 다양하다.

  그는 천하에 이름있는 차를 두루 맛보고 연경의 열두거리에서 차를 파는 풍경까지 소개하며 우리의 차가 최고라고까지 주장했다. 그 시의 내용중에 “… 돌아와 조용히 지내며 그대가 준 차를 마시니 향기가 입속에 머물고, 인삼에 필적할 만하니 뉘라서 알리오. 이 땅에 이런 차가 있었다니 오랑케 땅에 인재가 난 것 같네 …”라는 시이다. 이렇듯 그렇게 많고 좋은 차를 맛보았건만 조선에서 만든 차가 최고임을 자랑하는 내용이다.

  이는 당시 중국의 차를 선호하는 사회 풍습을 과감히 질책하는 내용이며 중국에 아무리 다양한 차가 있어도 우리 차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뜻이리라. 조금은 과장이 되어있어도 우리것이 자신이 경험한바 연경의 차 박사들이 파는 차 맛보다 향기와 효능이 뛰어나다고 표현한것이다.

  다음 시는 차를 감상하고 그 맛을 예찬한 시이다.

 

  “차를 따르며, 음차(揖茶)”
 

  작은 찻잔에 차를 따르니, 천 개의 거품이 잠깐동안 일어나네.
 

  둥근 빛이 구슬처럼 흩어지는데, 하나의 구슬은 부처님의 일부라네.
 

  덧없는 인생은 순간일 뿐, 천억의 몸은 황홀하다네.
 

  차를 마시니 손과 눈이 열리고, 털과 머리카락이 확연히 구별되네
 

  깨달은 경지에선 모두 머리를 끄덕이고, 참선할 때는 함께 망념 떨치네.

  누가 스승이며 중생인지, 나도 없고 남도 없네
 

  망망한 황하의 모래 같은 중생들, 두루 제도하기 위해 뗏목 부르지 않아도 된다네
 

  차 거품 꽃은 깨달음의 탄식으로 변하고…

 

  누가 스승이며 중생인지 나도 없고 남도 없음은, 차를 따르고 마시는 것은 결국 높고 낮음이 없는, 마치 중생을 다스리기 위한 어떤 제도도 없음을 드러낸다. 또한 차의 맛은 선경(仙境)에 드는 것과 같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임을 말하고 있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