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전북문학기행> (3) ‘바다로 간 솟대’
<2020전북문학기행> (3) ‘바다로 간 솟대’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4.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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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해창갯벌에서 말라가는 장승들 사이로 도요새의 흔적은 없다
해창마을 매향비는 2000년 1월 30일 현지 주민들과 해창 갯벌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향제를 지낸 후 기념비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휘빈기자
해창마을 매향비는 2000년 1월 30일 현지 주민들과 해창 갯벌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향제를 지낸 후 기념비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휘빈기자

 부안 해창갯벌은 새만금 방조제 안에 있었다. 거무튀튀한 진흙 사이로 봄마다 도요새들이 부리를 땅에 박고 바지락과 백합을 찾았다. 지금 이 곳의 땅은 갯벌의 흔적을 어렴풋이 짐작할 흔적도 없다. 해창갯벌의 자리에는 장승들이 우뚝 서 있다. 장승들은 사람들을 보고 웃거나 화내거나 울고 있는데, 그 너머에는 포크레인들이 땅을 파헤치고 고르고 있다. 장승의 결에서도 수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황보윤 소설가의 소설집 ‘로키의 거짓말’에 실린 ‘바다로 간 솟대’는 이 곳에서 갯벌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주목한다. 소설에서 바짝 마른 갯벌은 ‘한동안, 물이 말라버린 갯벌에 죽은 생물들의 잔해가 널려있었다’며 ‘해수 유통이 되는 날, 방조제 문이 열리면 모세의 기적처럼 숨었던 펄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합과 모시조개와 바지락이 아직도 살아있다는게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는 문장으로 갯벌의 생명력에 대해 썼다. 이 생명력은 바닷바람과 갯벌에 축축함이 차오를 때 선명하다.

 작가는 옛날 논산의 한 초등학교 한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학생들과 함께 해창갯벌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썰물시간에 맞춰 아이들과 함께 갯벌에 들어가 조개도 캐고 게도 잡으며 부안의 아름다운 바다를 눈에 담았다”는 작가는 몇 년 후 전북으로 삶의 터전으로 옮기면서 방조제를 다시 들렀을 때 경악했다.

해창갯벌을 메운 장승들 사이로 포크레인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 곳은 새만금 건립 이전에 바지락, 백합, 모시조개를 잡는 곳으로 유명했다고 인근 주민들이 전했다. /이휘빈기자

 “덤프트럭이 흙을 실어다 메운 갯벌은 아무 것도 살지 않은 벌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인간의 힘이 다소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신문을 통해 갯벌과 보상으로 인한 지역민들의 갈등과 뒤바뀐 갯골로 인한 크고 작은 위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부안군 새만금 사업지구 내 해창갯벌은 ‘장승벌’이라고도 불린다. 장승 수십개가 새만금 갯벌 보전과 생명 평화의 뜻으로 세워졌다. 장승벌은 전국 시민단체, 환경단체, 학생들의 환경교육장으로 이용돼왔다. 전북도는 장승벌에 2023년 세계 잼버리를 치르는 행사장 진입도로가 놓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인 3월 23일 ‘해창장승벌 보전을 염원하는 전국의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창 장승을 훼손하는 진입로 계획을 변경하고, 매립계획을 최소화하며, 과거 갯벌이었던 곳을 야양지로 활용하는 친환경 잼버리를 개최하라”고 주장했다.

 갯벌의 입구 앞에는 매향비(埋香碑)가 있다. 매향비는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았듯이 후대에 물려줄 갯벌이 보전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 비를 세우며 해창다리에서 서북쪽 300걸음 갯벌에 매향합니다”라고 적혔다. ‘후대에 물려줄 갯벌’이라는 말은 마른 흙 속에서 지금의 해창갯벌처럼 건조하게 느껴졌다.

 소설 속 주인공 정수는 마지막에 도요새의 날아오름을 기대한다. 이 도요새는 정수의 고난한 삶의 자유로, 도는 갯벌을 살리는 염원으로 읽힐 수 있다. 4월의 중순에서 도요새들의 흔적은 사라졌고 포크레인들의 엔진 소리가 갯벌을 채운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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