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북문학기행> 8. 임실 진뫼마을은 섬진강과 같이 시간을 흐른다. 김도수 시집 ‘진뫼로 간다’
<2020 전북문학기행> 8. 임실 진뫼마을은 섬진강과 같이 시간을 흐른다. 김도수 시집 ‘진뫼로 간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6.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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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너머 임실군 덕치면 진뫼마을은 녹음 속에서 마을의 분위기를 더욱 잘 드러냈다. /이휘빈 기자
섬진강 너머 임실군 덕치면 진뫼마을은 녹음 속에서 마을의 분위기를 더욱 잘 드러냈다. /이휘빈 기자

 임실군 덕치면 진뫼마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 한다. 섬진강 상류를 관통하는 작은 둑을 건너 진뫼마을을 마주하면, 강 흐르는 소리와 함께 진뫼마을 역시 강과 같이 시간 속에서 숨쉰다는 것을 바로 마주할 수 있다. 에메랄드빛으로 짙어지는 6월의 진뫼마을에서 섬진강은 젊은 말(馬)처럼 활기찬 소리를 내며 하류로 향하고 있었다.

 섬진강 상류 강바람은 살짝 ‘아그똥’한 기질이 있어, 강변의 수풀을 온통 흔들고 흔적을 감춘다. 그러나 이 바람은 강물 사이서 금세 잠잠해지고, 햇볕에서 진뫼마을은 잘 익은 푸성귀들 사이로 평화를 되찾는다. 강변을 서성이고 마을을 훑어도 30분이면 골목길의 돌맹이까지 다시 마주할 수 있다. 이 곳의 노인들은 외지인이 두리번거리고 있으며 “어느 집을 찾아왔능가?”며 모정에서 앉아있다가도 삽시간에 신발을 걸친다.

 김도수 시인은 섬진강 상류 산골짝 강변 마을인 진뫼마을 출신이다. 그가 첫 번째로 쓴 시집 ‘진뫼로 간다’는 진뫼마을 찬가에 그치지 않고, 진뫼마을을 떠났다 오는 이들에 대해서도 눈떼지 않았다. ‘취직시험’, ‘소쩍새는 우는 밤’ 등은 농가의 재산을 저당잡혀 도시로 나간 젊은 순간들을 얼어 붙은 강처럼 두텁고 날카롭게 다뤘다. 그 와중에도‘밥 굶고 살지는 않겄다’, ‘파리 한 마리’ 등은 고향 생각에 가득찬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진뫼마을의 슬픔과 기쁨을 한데 모아놓은 이 시집은 마을의 근대사를 글자로 그려냈다.

 김도수 시인은 직장에서 쉬는 날이면 고향집에 갔고, 퇴근하면 거실에 놓인 부모님 사진에 인사하고, 부모님의 고향집을 주기적으로 찾고 있다. 김 시인에게 진뫼마을은 명절날 어쩌다 찾는 고향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진뫼마을 옆의 섬진강
진뫼마을 옆의 섬진강

 김 시인은 진뫼마을과 섬진강에 대해 ‘내 인생의 기초를 만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인은 “진뫼마을에서 섬진강을 빼놓을 수 없다. 어렸을 적 이곳에서 친구들과 공차던 놀던 시절에서 나는 인생을 배웠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놀았던 벼락바위, 뱃마당, 강변, 떠나간 주민들이 남긴 집들은 향한 애정은 그에게 연필을 잡게 했다. 시인은 “고향은 탯줄처럼 나를 여전히 연결한다”고 말했다.

 고향이 주는 위안은 언제나 던적스럽고 멋쩍은 데가 있다. 그것은 대체로 과거의 행복한 추억과 비교해 현재의 삶이 어딘가 한 술 모자라보이는 탓이리라. 진뫼마을서 김 시인이 키우는 고추밭의 고추잎들은 햇볕속에서 영글고 있었고, 모정에 앉은 어르신이 귀 기울인 라디오 소리도 같이 깊어지고 있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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