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북문학기행> 11. 임실군 청웅면의 흔들리는 나뭇잎이 들려주는 세상살이 ‘지연 - 건너와 빈칸으로’
<2020 전북문학기행> 11. 임실군 청웅면의 흔들리는 나뭇잎이 들려주는 세상살이 ‘지연 - 건너와 빈칸으로’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8.09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실군 청웅면이 고향인 지연 시인의 추억

 7월의 끝자락에서 임실군 청웅면을 찾았다. 면을 에두르며 흐르는 섬진강의 상류는 여름 속에서 소리로 빛난다. 강의 상류를 거슬러 걷다보면 용추폭포와 청웅저수지가 나온다. 물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더위와 햇볕 속에서 청량한 바람이 머리칼을 흔든다. 강을 따라 심겨진 푸른 나무들에 기대면, 내달리는 바람들 사이에서 나뭇잎들의 흔들림이 햇살처럼 선명하다, 이 사이로 들려오는 여름 벌레소리와 나무들의 잎사귀 소리는 무한반복되는 음악의 선율과 닮았다. 바람의 소리와 길로 머리를 감고, 지연 시인의 첫 시집 ‘건너와 빈칸으로’를 읽으면, 시인의 시집 속 감성들이 임실 청웅면 일대의 인근 풍경을 오래 걸었음을 대조할 수 있다.

 지연 시인은 시집에 대해 “대부분의 시는 내 고향인 임실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 작가가 밝힌 ‘수풍의 돌린 모래’, ‘항아리 속에 떠다니는 밥알처럼’, ‘저수지를 취하다’, ‘줄 노트에 대한 기억’, ‘검지에 핀 으아리 꽃’, ‘옥수수 대궁에 앉아 시집을 읽으면’ 등은 시인의 친정에 나팔꽃처럼 덩굴을 이루며 얽혀 있다. 지연 시인은 청웅면에 대해 “자궁이며 셍상을 피해 쉬고 싶은 곳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곳, 슬픔이 자유로운 곳, 분노가 순수해지는 곳, 미음처럼 심심하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라고 시상과 고향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일까, 시집 속의 ‘무릎을 그러모으고’에서, 평범하고 작은 일을 소재로 해 마음에 더욱 스미게 된다. 이 시의 1연과 2연인 <가끔 생각해 늙은 구름 속에는 / 세상에서 추방당한 사람들이 / 거품 염색 통을 흔들고 있다는// 머리에 거품을 짜서 머릿속 사이를 / 문지르고 있다는 / 참빗으로 거품을 곱게 쓸어내릴 때 // 비린 다음 생의 냄새> 부분은, 나이든 부부 끼리 서로를 위해 염색약을 바르는 정경을 읽을 수 있다. 툇마루에서 대야와 염색약, 물을 풀은 모습에 비치는 임실의 하늘들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지 시인은 이 시의 배경에 대해 “볕 좋은 날 텅 빈 마당에 아버지가 앉아있었고 어머니는 양은그릇에 염색약을 담아와서 아버지 머리를 곱게 빗질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순하고 환한 풍경이어서 눈이 시렸다”며 “내가 누구인지 마음이 슴벅거릴 때마다 그날의 풍경을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시인은 현재 임실에 떠나 있지만 시인의 감성은 여전히 청운면의 지류를 걷고 있다. 시인은 “아침에 삼천천을 듣고 들어와 30분간 아무 글이나 쓴다. 생각나는 대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나에게 주는데, 그 시간의 글들이 때때로 시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지 시인은 전북에서 앞으로 어르신들이 시를 창작할 시창작 교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 시인은 전주와 완주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창작 교실을 예로 들며 “시골 어르신들에게도 살아온 시간을 시로 받아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민요처럼 사라져가는 그들의 삶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웅면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는 어르신들의 일상과 삶을 듣기 위해 지연 시인은 앞으로도 청웅면을 찾을 것이다. 많은 어른들의 추억이 청웅면 일대에서 작은 이야기부터 시 한송이씩 피어난다면, 청웅면을 찾는 이들이 이들의 삶에 한발짝씩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휘빈 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