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까지 부른 데이트 폭력, 처벌은?
죽음까지 부른 데이트 폭력, 처벌은?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8.05.20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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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7일 익산시 송학동 한 모텔에서 이모(35·여)씨는 전 남자친구 임모(35)씨에게 6시간여 동안 감금당해 창문으로 탈출하려다 떨어져 숨졌다. 이별 후 집착을 하며 괴롭혔던 임씨가 마지막으로 만나달라는 말에 이씨는 이날 모텔을 찾았다. 잠깐 이야기만 하려 휴대폰 등 소지품을 모두 차 속에 두고 모텔로 들어간 이씨는 이후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사건은 이들이 헤어진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달여간의 만남을 가지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로 자주 다퉜던 이들은 작년 12월 이별했다.

 이씨와 헤어질 수 없었던 임씨는 이후 집요하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매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이씨에 전화해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 1월 6일에도 임씨는 이씨의 집까지 찾아가 “한 번만 만나주면 끝내겠다”며 만남을 요구했다. 계속된 집착에 지쳤던 이씨는 마지못해 다음날 7일 임씨를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그렇게 사건 당일인 7일 임씨는 이날 오전 9시에 모텔을 예약하고 그곳으로 이씨를 불렀다. 모텔에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씨가 이를 거부했지만 임씨는 “사람 많은 곳에서 시끄러워지기 싫으니 조용한 곳에서 만나자”며 이씨를 불러냈다.

 이날 오후 5시 13분께 임씨는 10일전 미리 준비한 흉기와 술을 들고 모텔에 먼저 입실했다. 이어 이씨가 모텔에 입실한 시간은 이날 오후 5시 43분. 그 후 이씨는 오후 11시 28분에 모텔 베란다에서 떨어져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씨가 떨어진 후 임씨는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유유히 모텔을 빠져 나와 열쇠까지 반납한 후 도주했다. 이씨가 모텔에 들어간 5시간여 동안 있었던 그날 밤의 일들은 미궁 속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부검결과 이씨의 사인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사로 흉기에 의한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후 창틀에 남은 이씨의 지문 등을 토대로 이씨가 베란다로 탈출을 시도하려다 떨어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지었다.

 임씨는 “화장실을 간 사이 이씨가 창문에 매달려있다 떨어졌다”며 “무섭고 정신없이 나오느라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해 어렵게 임씨의 진술을 얻어냈다”며 “대법원 판례까지 모두 검토해 구속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자의 진술과 현장 감식 등을 토대로 임씨를 구속하고 특수감금치사혐의로 검찰에 송치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씨의 오빠는 “그날 객실 안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과 임씨의 계획적인 범행 여부 등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부탁드린다”며 “고통스럽게 죽은 동생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부검까지 했지만 고작 특수감금치사 혐의만 성립되고 그동안의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등으로 인한 죗값을 받지 않는다면 유족으로써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북의 2017년 한해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피의자 검거현황을 보면 282명 중 5명만이 구속됐고 올해 4월까지도 92명의 피의자 중 2명만이 구속됐다.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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