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설립자 일가 역대급 비리 발각
사립학교 설립자 일가 역대급 비리 발각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04.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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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회계 예산 부풀려 20억5천여만원 챙겨
사적으로 제작된 욕실 공간. 전북도교육청 제공.

전북지역 한 사립학교의 설립자 일가가 부적절한 회계 처리로 20억5천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발각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수년간 학교회계의 각종 예산을 부풀려 집행한 후 거래 업체들로부터 차액을 돌려 받는 수법으로 뒷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해당 학교 설립자 등 연루된 관련자들을 형사 고발키로 했다.

3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도내 한 사립 학교법인의 특정감사 중간 결과, 설립자 A씨 등은 지난 2014~2019년까지 급식용품 구매과정에서 단가를 올리거나 물건 개수를 줄이는 방법을 써서 그로 인한 차액을 현금이나 계좌로 돌려받았다.

또한 미술실, 음악실, 토론학습실 등의 학교 시설 리모델링 목적비로 사용돼야 할 특별교부금을 업체와 계약한 것처럼 꾸미고 실제 공사는 학교 시설관리 직원들에게 맡겨 남은 돈을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약 20억5천여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학교 설립자 A씨는 이를 카드비용, 건강식품 구매, 의복 구입, 골프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용 기본 재산인 교실을 개조한 뒤 학교 설립자 A씨가 자신의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던 정황도 포착됐다.

욕실 공간 옆 운동기구. 전북도교육청 제공.

지난 2014년에도 특별교부금을 받아 설치한 도서관에서 당시 이사장이었던 A씨가 거주한 사실이 적발돼 징계 처리된 뒤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지만, 몇 년 뒤 설립자 신분으로 다시 돌아와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던 것이다.

A씨는 사립학교법상 학교 법인의 기본 재산은 임대할 수 없음에도 학교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페이퍼컴퍼니인 태양광 회사와 20년 동안 장기임대 계약을 맺어 수익을 빼돌린 사실도 적발됐다.

임차인은 설립자 A씨의 아들인 이사장 B씨로 드러났으며, 학교 행정실 직원을 관리인으로 둔 채 A씨는 지난 4년간 1억2천만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A씨 등은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열린 118회의 이사회에서 의사정족수가 미달됐지만 이사회의 임면 등을 통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교직원에게는 허위로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장 옷방. 전북도교육청 제공.

또한 A씨는 외조카의 배우자를 교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후 이에 따른 인건비도 가로챘다. 이 학교에는 설립자와 이사장이 부자관계인 것 뿐만 아니라 A씨의 부인은 이사, 딸은 행정실장, 외조카는 행정실 직원으로 근무하는 등 족벌체제가 만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 송용섭 감사관은 “사립학교 임원들의 극심한 부정 행위가 드러난 만큼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징계 조치 및 형사고발뿐만 아니라 해당 학교법인의 설립 취소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징계 조치를 취하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설립자 등이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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