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포토포엠 ‘계절의 틈’… 찰나의 순간을 붙잡은 카메라와 펜
김헌수 포토포엠 ‘계절의 틈’… 찰나의 순간을 붙잡은 카메라와 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1.31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헌수 시인이 삶의 풍경을 담은 사진에 접어둔 문장과 시편들을 곁들였다.

 순환하며 사는 일상의 또렷한 장면과 당신과 나와의 관계를 마주하며 서정의 깊이와 밀도 있는 사물의 다채로움을 사계절에 풀어낸 ‘계절의 틈(다詩다·1만5,000원)’에서다.

 이번 포토포엠에는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단상, 이미지와 글을 접붙이며 풍경이 시가 되고 문장 속에 녹아든 순간을 포착해 내는 힘을 알 수 있다. 마치 색색의 클립이 끼워져 있는 듯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평소 책을 읽으며 문장에 밑줄 긋는 시간을 좋아하는 시인의 마음이 페이지마다 빛으로 스며들었다.

 겨울로 시작하는 1부는 다음 배경을 여는 아침으로 문을 연다. 모란디의 정물을 읽는 밤, 동박새가 부르는 풍경, 흰 눈과 동백, 겨울의 절정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2부는 담쟁이 넝쿨의 초록 바탕에서 우리의 오늘과 작업실의 봄을 노래한다. 화사한 꽃들과 따뜻한 봄의 기운을 확장시켜 나간다.

 3부는 빗소리 몇 줄 들리는 새벽녘 여름을 펼쳐놓았다. 짙음에 전염되는 바다와 강물, 빗소리를 달아놓고 저녁 바다에서 우리의 시간과 시절을 이야기 한다. 수평선과 바다, 여름의 뜨거움이 들어있다.

 마지막 4부에는 당신과 나의 블루스를 생각하며 가을을 복기해본다. 끝물 복숭아를 먹는 저녁에 수원지에 두고 온 엄마, 여전히 강물을 기억하며 각자의 자리에 들어앉은 사연과 일상에서 만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유로운 시선과 시간의 흔적은 강요한 사진작가의 사진과 함께 들어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읽어도 좋을, 다양한 시편을 더듬어 보며 글과 사진이 건네는 위로와 편안함을 나눈다.

 김 시인은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삼례터미널’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작가의 눈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집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시화집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 미디어북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