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가 ‘데이트 폭력’ 실태 (상)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가 ‘데이트 폭력’ 실태 (상)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05.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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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공통 분모로 이어진 연인 관계가 사소한 이유로 하루 아침에 폭행이나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피의자로 전락하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 전북에서만 한해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데이트 폭력의 최근 양상이 단순 폭행 사건을 넘어 상대의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로 잔혹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내 여성단체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이 연인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실제 신고되지 않는 사례까지 더하면 도내 지역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12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간 도내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은 총 720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6년 172건에 그쳤던 도내 데이트 폭력은 2017년 29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255건으로 소폭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92건이나 발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도내 데이트 폭력은 300건을 넘어설 기세다. 

실제 지난 4일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뒤 도주했던 50대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50)씨는 이날 전주시 완산구 한 도로에서 전 여자친구를 불러내 차에 태운 뒤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남원에서도 헤어지자고 요구한 여자친구를 술에 취한 상태에서 흉기로 찌른 50대 B씨가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B(57)씨는 지난해 12월 16일 남원시 한 건강원에서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홧김에 여자친구의 목과 가슴 등을 흉기로 수 차례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연인의 외도를 의심하던 40대 C씨가 여자친구(57)를 목졸라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C(47)씨는 지난해 5월 15일 전주시 완산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여자친구의 외도 사실을 추궁하던 끝에 이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작은 다툼에서 시작되는 연인간 데이트 폭력이 최근 들어 이처럼 흉포화 되고 잔혹한 범죄로 비화되면서 사법 당국은 물론 관련 기관이나 단체 등의 적극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학생 강모(25·여)씨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사건을 지켜보면서 ‘남의 일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며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하고 엄중한 처벌 방안 마련과 함께 주된 피해자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 대응 교육 프로그램 상설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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