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피해자, 왜 쉽게 신고를 못하나
데이트 폭력 피해자, 왜 쉽게 신고를 못하나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05.13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가 ‘데이트 폭력’ 실태 (중)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상당수가 보복을 우려한 나머지 쉽게 신고를 못하고 상담을 통해 대처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해 쉽게 신고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3일 여성긴급전화 1366전북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간 데이트 폭력으로 진행한 상담은 총 53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7년 89건에 그쳤던 상담은 지난해 24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벌써 104건이나 접수될 만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상담이 빗발치고 있다.

 도내 여성단체 관계자는 “가해자의 경우 처벌을 받더라도 금방 풀려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대다수가 보복을 당할까봐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신고를 하려해도 상대방이 부인할 경우 구체적인 음성이나 영상 등이 없이는 데이트 폭력을 처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정부와 수사기관은 잇따라 특단의 대책을 제시했다.

 경찰은 지난 2017년 3월 ‘데이트폭력’ 코드를 신설해 출동 경찰관이 사건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상황 시 지역경찰과 수사전담반이 현장에 동시 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정부도 이듬해인 2018년 2월 ‘스토킹·데이트 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해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의지를 밝혔다.

 검찰 역시 같은해 7월 반복적(3회)으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구속까지 고려하는 ‘데이트 폭력 삼진아웃제’를 내놓았다.

 다만 범행 경위,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초 범행이라도 구속 기소할 수 있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하지만 흉기 등이 사용된 극히 일부 데이트 폭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건이 단순 폭행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양형 기준도 없다는 점은 데이트 폭력의 재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다시 만나자는 요구를 거절한 전 여자친구를 폭행·추행한 10대 A군은 지난해 10월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정부와 사법당국이 데이트 폭력에 대해 강한 처벌 의지를 밝혔지만 현실과 괴리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데이트 폭력을 사랑 싸움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점이 또 다른 데이트 폭력의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현행 형법상 폭행과 협박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맹점을 악용하는 가해자와 데이트 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안이함이 자칫 돌이킬수 없는 비극을 불러오기도 한다.

 때문에 데이트 폭력도 성범죄 처럼 ‘반의사불벌죄’의 범주에서 제외시켜 보다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의 경우 강하게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접수되는 신고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하는 만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처벌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