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주점에 불 지른 50대 ’영장‘
군산 주점에 불 지른 50대 ’영장‘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6.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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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점에 불을 질러 33명의 사상자를 낸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은 18일 군산 장미동의 유흥주점에 불을 지른 이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17일 오후 9시 53분께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에서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의 방화로 주점 안에 있던 장모(47)씨 등 3명이 숨지고 이모(58·여)씨 등 30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중 5명은 중태로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씨는 해당 주점을 운영하는 A씨와 술값 문제로 시비가 붙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화재가 있던 17일 오후 8시께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20ℓ 기름통에 담아 자신이 자주 출입하던 사무실로 갔다. 이어 오후 9시53분께 해당 주점 입구에 휘발유를 뿌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범행 직후 이씨는 손과 복부 등에 화상입고 현장에서 달아났다. 범행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군산시 중동 지인의 집에 숨어 있던 이씨는 범행 3시간 30여분 만인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이후 군산경찰서에서 1차 조사를 마친 이씨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같은날 오전 3시께 동군산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서 원광대 병원으로 전원했다.

 동군산병원 응급실에서 경찰과 함께 나온 이씨에게 “숨진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산 것보다 죽었으니까 미안하죠”라고 답했다. 불을 지른 이유를 묻자 이씨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지만 “우발적인 범행이냐?”라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도 화상을 입어 자세한 진술은 받지 못했다”면서도 “불을 지른 사실은 시인했다. 정확한 범행 경위는 추가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의 시발점은 ‘술값’

 33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방화사건의 시발점은 ‘술값’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점 주인과 손님 간의 사소한 술값 시비가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16일 오후 3시께 방화 용의자 이씨는 외상값 문제로 주점 주인 A씨 만나 언성을 높였다.

 이씨는 A씨에게 외상값이 포함된 20만원을 건네며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술값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항의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이씨는 이튿날 17일 오후 2시께 A씨를 다시 찾아가 “술값을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니냐”고 항의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주점에 불을 질러 버리겠다”며 A씨를 협박했다. 협박에도 A씨가 아랑곳하지 않자 이씨는 그릇된 결심을 실행으로 옮겼다.

 이씨는 이날 오후 8시께 인화물질을 20ℓ 기름통을 담고 A씨의 주점을 찾았다. 주점 앞 지인 사무실에서 2시간여를 기다린 이씨는 오후 9시 53분께 기름통에 담긴 인화물질을 주점 바닥에 쏟고 자신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불은 삽시간에 소파와 테이블을 태우고 무대 중앙 안까지 번졌다. 주점에 있던 손님들은 비상구를 향해 내달렸으나 33명이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몸에 불이 붙어 쓰러졌다. 단돈 십수만원에 달하는 술값이 부른 참극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 합동감식 결과, 주점 안에 있던 손님 3명이 숨졌고 30명은 화상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외상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원을 달라고 했다.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날벼락이 하필이면 우리 가족에게’

 18일 오전 3시 군산의료원 장례식장. 군산 주점 화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故 장모(47)씨의 빈소가 차려진 곳이다. 사고 발생 시점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듯이 분향실 소개란에는 장씨의 이름은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 장씨의 친인척 10여명만이 침울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유족들은 표정엔 슬픔과 당혹감이 역력했다.

 이날 새벽 0시 30분께 사선을 타고 개야도에서 육지로 올라온 장씨의 큰형은 담배를 연거푸 태웠다. 한숨은 덤이었다.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라고 운을 뗀 그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전날인 17일 오후 9시께 장 씨는 아내 엄모(57)씨와 함께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을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알려진 엄씨는 원광대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벼락같은 소식에 빈소를 찾은 조문객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고인의 친지들은 “무슨 날벼락이냐”고 묻기도 했다.

 장씨의 친형은 “술값으로 빚어진 화재로 내 동생은 이유 없는 죽임을 당했다”고 전했다.

 장씨의 빈소는 특1 호실에 마련됐다. 슬하에 20대 아들 둘을 두며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려진 장씨는 군산에서 소형 보트에 붙여지는 선외기를 판매 수리하는 대리점을 운영했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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