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완판본도 전주 한지로 옮긴다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완판본도 전주 한지로 옮긴다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6.06.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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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판본 제작 과정(실측 조사)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완판본 서적도 전주의 전통한지로 복본 될 전망이다.

 완판본(完板本)은 조선 말기에 전북 전주지역에서 간행된 고대 국문 소설의 목판본을 통칭한다.

 옛 전주를 뜻하는 ‘완산(完山)’의 ‘완(完)’과 목판으로 인쇄한 책을 뜻하는 ‘판본(板本)’이 합쳐져 이루어진 단어로, 좁게는 조선시대 전주 지방에서 출판된 방각본(坊刻本), 넓게는 전라감영이 관장하는 지역이었던 전라도와 제주도까지 포함해 해당 지역에서 출간된 책을 가리킨다.

 30일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동철) 한지산업지원센터는 ‘전주 완판본 서적 복본화 사업’의 일환으로,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전라감영에서 간행되었던 완판본 서적 70여 권을 원본 그대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주 완판본 서적 복본화 작업은 서적 멸실에 대비하고 전시 및 홍보 등 문화사업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지산업의 중심지로 전주지역 기록문화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전주시가 총 1억 원의 예산을 마련한 사업이다.

 이번에 전통한지로 복본 되는 완판본 서적의 경우, 전주문화재단이 펴낸 도록 ‘전주의 책 완판본 백선’에 소개된 ‘주자서절요’와 전라감영에서 만든 ‘동의보감’, 유교적 교양을 위해 읽은 논어와 대학 등이 포함된다.

 특히 17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전주에서 찍은 책들을 토대로 판소리가 소설이 된 ‘열여춘향수절가’와 붓글씨로 직접 쓴 ‘소대성전’, 아이들이 보던 명심보감과 천자문, 퇴별가, 심청전 등도 복본이 이뤄진다.

 지난 4월부터 닻을 올린 이번 사업은 6월 말 현재까지 약 10%가량의 성과를 나타내 아직 시작 단계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지산업지원센터는 7월까지 한지 수매를 완료하고 나서 올해 말을 목표로 복본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완판본 서적에 사용될 전통한지는 조선왕조실록용 보다 중급지 이하의 한지가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조선시대 제작 당시 낮은 등급의 전통한지가 사용된 데 따른 것으로, 현대 출판산업에 있어서 전통한지를 일반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인쇄용 전통한지 품질 규격안’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도 지니고 있다.

 출판의 관점에서 보면 전통한지로 복본된 조선왕조실록은 보편화하기 어렵지만, 전주 완판본 서적은 조선시대 베스트셀러를 출판했던 서적들로 이루어져 있어 복본 작업이 완료되면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완판본은 우리나라의 기록과 출판문화뿐 아니라 전주지역의 문화, 역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전주 완판본 서적 복본화 사업이 주목되는 점은 타지역의 한지가 아닌, 지역 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주 전통한지로 복본 하는 작업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임현아 한지산업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으로 전통한지의 복원이, 한지산업 고급화와 복본 제작 기술이 인쇄산업의 접목을 통한 대중화의 길을 제시했다”면서, “이번 완판본 서적의 복본화 사업은 도서출판 시장 개척을 위해 시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전주 전통한지 제작 기능의 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새로운 출판 콘텐츠와 유통 모델을 원하는 출판업계에 이번 완판본 복본화는 관련 분야 전문가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문호가 확대돼 도서출판의 가능성을 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완판본을 널리 알려 한국 출판 시장의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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