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봉사다
정치는 봉사다
  • 조배숙 
  • 승인 2013.10.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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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TV에서 본 한 장면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우루과이 카니발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VJ에게 우연히 포착된 장면이다. 카니발 행진을 구경하는 시민들이 아무렇게나 계단에 앉아 웃고 떠드는 화면 속에 노인 한 분이 클로즈업 됐다. 환한 미소와 함께 VJ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던 그 노인은 바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었다. 경호원도 보이지 않고 요란한 의전도 없었다. 평상복 차림으로 구경나온 여느 시민들 모습 그 자체였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대통령 관저도 사양하고 별장도 필요없다며 팔아버렸다. 또 대통령 월급 90%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남은 100만원 가량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비단 가난해서만이 아니라 서민과 다르지 않은 검소함과 국민과 거리를 두지 않는 리더십을 세계가 주목하는 까닭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전직 대통령이었으리라. 29만원 밖에 없었다면. 29만원 밖에 없다고 버티던 그도 국민적 분노와 사법정의의 칼날 앞에 1,672억원의 추징금을 토해내야 했다.

유신독재가 막을 내리고 찾아온 민주화의 봄을 피로 씻은 그다. 80년대 피의 학살에 대한 역사적 채무는 아직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의 철권통치는 권위주의의 폐해와 함께 그 비참한 말로까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권위주의의 희생양은 이 땅의 선량한 국민들이었다. 역사는 이들을 독재자로 규정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대한민국史의 크나큰 오점이다.

권위주의 청산은 민주주의의 진전에 따라 찾아왔다.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는 권위주의 청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몸소 행하고자 했다. 퇴임 후에도 고향 봉하마을로 낙향해 손수 농사를 지으며 국민들과 호흡하려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찬사를 보냈다.

MB 정권에 이어 들어선 박근혜 정부에 대해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신독재의 부활로 규정하는 종교인들과 지식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잊고 지냈던 권위주의로의 회귀에 대한 깊은 우려다.

권위주의 시대에서는 정치를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한꺼번에 쥘 수 있는 도구로 여겨왔다.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권위주의 시대의 음습한 유산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게 바로 정치다.

새정치는 권위주의 시대의 마지막 유물인 잘못된 정치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국민적 명령에 대한 복종이다.

정치는 봉사다. 새정치는 국민에 대한 봉사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 불신에 빠져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처럼 낮고 가까이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지도자들이 그리운 시기다.

조배숙 <변호사,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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