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웅교수의 全州맛鄕] 10. 치즈
[이부웅교수의 全州맛鄕] 10. 치즈
  • 이부웅
  • 승인 2013.10.14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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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즈는 인간이 목축을 시작하면서 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희랍신화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 신은 꼭 죽어야하는 인간에게 가장 가치있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는 맛있는 치즈를 선물로 주었다고 쓰여 있다. 이 말 속에는 ‘치즈보다 더 맛이 있는 식품은 앞으로 없다’라는 뜻이 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화폐가 나오기 전에는 치즈를 화폐 대용으로 사용하였다. 치즈의 제조법은 문명의 발상지에서 그리스를 거처 로마제국에 의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로마제국의 군인들은 병참 목적으로 치즈의 제조기술과 그리스도교 점령지마다 전파하게 된다

로마제국의 힘이 북유럽까지는 너무 멀어 정복이 어려웠고, 바이킹(viking)으로 악명이 있는 북유럽은 개명(civilization)이 어려운 야만인 취급을 하였다. 이런 이유로 북구는 혼혈이 적고 로마제국의 영향을 덜 받아 치즈도 발달돼 있지 않고 그리스도교의 세력도 약하다. 유럽에서 그리스도교가 확장되면서 유럽전역에 수도원 수녀원들이 산재하게 된다.

각 수도원들은 수도자들의 식량 목적으로 제조하고 판매하기도 했다. 수도원에서 제조해서 유명해진 ‘포르 뒤 샬뤼’(Port du Salut, 노르스름한 단맛이 나는 전유(全乳) 치즈)가 있다. 지정환 신부도 이것에 연루하여 초기에는 이 치즈를 생산하였다. 또 치즈의 식품가치는 단백질·지방·광물질 세 가지 요소가 풍부하며 알칼리성 식품 중에 으뜸이다. 골다공증에도 중요한 식품이다.

육류는 한 가지를 많이 먹을 수 없으나 치즈는 계속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육류는 소고기가 없으면 돈육을, 돈육이 없으면 계육으로 대체가 가능하나 치즈는 식생활에서 매일 먹어야 하고 대체가 안 되어 식생활에서 중요하다. 때문에 사회적 식품으로 간주되어 법의 통제를 받았고, 유럽의 유제품 생산 회사의 약 80%가 협동조합화되어 있다.

치즈의 종류는 크게 분류하면 5종 범주에 따라 20~50종으로 분류된다. 전체적으로는 2,000종에 달한다. 그 중 약 200종을 프랑스 사람들이 만들어 먹었다. 프랑스의 경제와 명성을 재건한 군인출신 드골 대통령이 독일 치하에서 저항운동을 할 때 동료들을 격려하기 위하여 “우리는 치즈를 200가지나 만들어 먹는 우수한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으로 있을 때는 당의 반대파들 공격에 어려움이 있자 “내가 치즈를 200가지나 만들어 먹는 변덕스러운 사람들을 어떻게 비위를 ?춘단 말이요“라며 프랑스 치즈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까망베르’(Camembert, 강한 향을 지닌 부드러운 프랑스산 치즈) 치즈의 하얗게 핀 곰팡이에는 곰팡이들이 합성한 몸에 이로운 비타민 항생물질이 많이 있어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마늘과 함께 먹으면 효과가 있다. 푸른 곰팡이 치즈 ‘로크포르’(Roquefort, 세계 3대 블루 치즈 중 하나)도 유익한 물질을 많이 생산하여 강한 맛과 함께 피로회복의 효과도 있다. 옛날엔 상처가 나면 곰팡이를 발라 치료하였다.

1958년 우리나라에 온 한국명 지정환 신부는 치즈를 우리나라 임실에 정착시킨 공로자다. 그 공로가 인정되어 전북대학교에서 명예농학박사를 받은 바 있다. 유럽에 맛있는 치즈를 한국인들에게도 먹을 수 있게 해준 은인이다.

치즈는 음식도 되고, 식재료도 되고, 주요리도 되고, 부식도 되고, 간식도 되고, 야채와 함께 샐러드도 될 수 있고, 막걸리·맥주·소주·양주는 물론 포도주에는 기막힌 안주다. 치즈가 우유로 만든 서양음식이라 한식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매우 잘 조화를 이루어 예상외로 상승된 식품가치를 나타낸다.

김치와 치즈를 같이 먹으면 김치도 맛이 있어지고 치즈도 맛이 있어 진다. 김치를 담글 때 치즈를 넣을 수 있고, 만두·전·빈대떡·순대에 넣을 수 있고, 국·찌개·전골에 넣을 수 있고, 생 치즈로 장아찌를 담가도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전북 임실은 우리나라 치즈의 발상지다. 임실치즈가 다양한 한식과 조합을 이루어 한식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치즈의 장점을 살리는 제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까망베르, 로크포르, 포르 뒤 샬뤼와 같은 정통 자연치즈를 생산하고, 나아가 한국 전통음식에 치즈식 음식문화를 향토음식으로 개발한다면 새로운 식문화 개척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초창기 지정환 신부를 도와 이러한 발효치즈를 만들었던 당시 청년들이 우리 지역에 아직 생존해 있다. 누군가가 이 역사를 기록하고 자료들을 정리하여 사료로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불후치피아 대표, 전북대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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