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전교조 ‘규약시정명령’ 이유는
고용노동부, 전교조 ‘규약시정명령’ 이유는
  • 이동백
  • 승인 2013.10.07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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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4일 고용노동부는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시정하라는 명령과 함께 이를 시정하지 않을 시는 설립을 취소하겠다는 경고를 함께 전달하였다. 다른 여타의 노동조합도 그러하겠지만, 전교조 내의 해직된 조합원이란 비리나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이 아니고, 다름 아닌 그동안 교육민주화나 공교육 정상화, 사학재단의 비리를 바로 잡고자 앞장서서 활동하다가 정부나 재단으로부터 해임을 당한 교사들이다. 지금 정부에서 해직조합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9명뿐이다. 이 9명의 해직조합원을 빌미삼아 6만여명이 가입되어 합법노조로서 14년간 활동해 온 노동조합을 설립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차관조차도 모 단체와의 면담과정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조항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근거규정 자체가 약하다. 법률검토 결과(시행령의 법외노조 통보규정이)헌법상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반해 자칫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이번에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상식적으로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낡은 규정이다. 이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과거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제약하기 위해 만든 노조해산명령법을, 전두환 정권의 뒤를 이어받은 노태우 정권이 대통령령으로 되살린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령마저도 여러 가지 무리한 이유 때문에 적용된 사례가 없는 사문화된 시행령일 뿐이다. 이러한 사유로 인하여 국가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ILO는 지난 3월 긴급개입조치를 통하여 전교조를 설립취소 하겠다는 규약개정 위협을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노동조합 법령을 ILO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권고에 맞도록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다수 국가들이 교원노조에서 정규직 교사뿐만 아니라 은퇴자, 실업자, 해고자 등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더구나 전교조는 조합원들이 직접 납부하는 조합비를 통하여 노조에서 선출하거나 임명한 전임자와, 노조에서 채용한 상근자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며 해직된 조합원들에 대한 생계비 지원도 조합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어떤 사람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전교조, 즉 노동조합 내부에서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나 다른 기구에서 조합원의 자격 여부를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전교조를 제외한 다른 많은 노동조합, 예를 들어 전국 언론노동조합, 전국 금속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등 대다수의 산별 노동조합에서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전교조에게만 설립취소의 들이대며 규약을 시정하라고 을러대는 것이다. 더욱이 대경자유교원조합은 전교조와 성격이 비슷한 교사 조직임에도 같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모순마저 현 정부는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오로지 전교조에게만 이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죽은 규정을 들이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국제중이나 영훈중 같은 특권경쟁교육 폐기나 뉴라이트 교과서 반대 등 공교육 정상화와 참교육 운동을 창립 때부터 지속적으로 펼쳐 온 전교조를 학교 현장에서 무력화시켜 교육을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속셈이라고 보일 뿐이다. 또한, 9명의 해직조합원을 핑계 삼아 전교조 교사들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노동탄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는 이러한 부당한 압력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25년 동안 온갖 외압을 이겨내며 현장에서 꿋꿋하게 지켜온 참교육 정신을 바탕으로 올바른 민주교육과 학생인권신장을 위하여 전교조를 더욱 튼튼히 가꾸고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즉 자유와 진실, 정의를 향하는 정신은 절대 꺾여지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백<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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