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관, 노순택 사진전 ‘어부바’개최
서학동사진관, 노순택 사진전 ‘어부바’개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08.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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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중생 미군 장갑차 압사사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 용산참사, 쌍용차 해고자 고공농성, 연평도 포격과 강정 해군기지 반대 운동까지….

 대한민국 정치·사회사의 가장 뜨거운 현장에서 두려움 없이 카메라를 들이댔던 노순택이 이번엔 좀 의외다 싶은 주제를 껴안았다. 바로 아이가 떼를 쓰거나 보채기 시작하면 어른들이 등을 내밀며 밥 먹듯이 하던 친숙한 말, ‘어부바’.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은 8월 31일부터 10월 27일까지 노순택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서울 류가헌갤러리에서 열렸던 노순택의 ‘어부바’전을 다시 볼 수 있는 자리다.

 ‘어부바’라는 친숙한 용어 때문에 편안하게 사진에 접근했다면 큰 오산이다. 대충 차려입은 어른이 아이를 업고 산길을 걷고, 차도를 걷고, 군중들과 함께 섞여 있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위태롭고 당황스럽기만 한 것. ‘짐을 업으라!’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누군가에게는 짐일 수 있다는 생각, 이 씁쓸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고있는 사진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작가는 아이가 행복의 원천이라거나, 낳아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거나,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따위의 낭만적인 말들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낭만적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지독한 현실. 부모와 사회를 향해 왕처럼 앵앵대는 아이를 업고 있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짐을 업으라! 나눠 업으라!”라고 주장한다.

한편, 31일 오후 5시에는 노순택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바로 이어 7시에는 ‘서학동사진관 토요명화’의 영화상영이 이어진다. 이번주 작품은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 ‘서학동사진관 토요명화’는 서학동사진관이 사진갤러리로서 뿐 아니라 마음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영화모임 장소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회원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메일(saltbox48@hanmail.net)로 신청 후 가입비(1만원)와 월회비(3천원)를 부담하면 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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