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전북에 걸맞는 예술인 복지정책 실현돼야
예향 전북에 걸맞는 예술인 복지정책 실현돼야
  • 송민애 기자
  • 승인 2013.08.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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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최고은을 막아라] 5.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증진하기 위한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된 지도 약 9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예술인복지법에 대해 모르거나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자체 시행령의 부실한 내용 및 지역 예술인에 맞는 시책 수립 미흡 등이 그 이유로 꼽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예술인복지법이 예술인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오랜 염원 끝에 시행된 예술인복지법을 언제까지 ‘강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때문에 전북문화예술인들은 “지자체에서 지역의 특색에 맞는 예술인복지법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지원정책을 마련, 지역문화예술인들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주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전북도의 제안으로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BK사업단(책임연구원 이정덕)이 올해 초 발표한 ‘예술인복지법 시행에 따른 예술인 규모추정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예술인복지법’의 수혜대상이 될 수 있는 도내 예술인은 전체 예술인 74.5%에 해당하는 6천627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술인복지법 수혜대상 6천627명 중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술인은 4천504명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확인 결과, 올해 7월 말까지 산재보험에 가입한 전국예술인 198명 중 전북지역 예술인은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산재보험 가입을 위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 신청(8월 28일 기준)은 전국 4천353 중 지역 예술인은 ‘111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지역 예술인 대부분이 예술인복지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은 지역 예술인 중 상당수가 예술인복지법에 대해 모르거나, 복지법 대상 예술인 기준 등 관련 시행령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BK사업단의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당시 사업단이 인터뷰한 예술인 90% 이상이 예술인복지법의 시행 및 내용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예술인복지법 관련 사업에 대한 전국적 인지도도 낮은 편이지만, 특히 전북의 인지도는 더욱 낮음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극을 전공한 한 문화예술인은 “아직도 많은 예술인이 예술인복지법의 내용은 물론이고 법이 제정된 것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예술인들의 경우 ‘예술인복지법’ 수혜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절차를, 어떠한 수순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게 대다수다”고 꼬집었다.

 또한 중앙 기준에 맞춰진 예술인복지법이 지역 및 지역예술인들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즉,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되기는 했지만 정작 지역 예술인에 맞는 시책 수립이 미흡해 실질적인 혜택이나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예술인복지법과 관련해 전북도 차원의 움직임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예술인복지법이 중앙정부로부터의 법령을 통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지역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지역 특수성을 감안한 지원정책 및 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문화예술인들은 “전북도가 예향의 고장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인 복지정책을 선점해 이끌고 나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며 “이를 위해서는 도 차원에서 예술인 복지와 관련된 조례를 만들고 예술인 복지정책 및 사업들을 모색·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도에서는 이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어 지역 예술인들의 쓴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이와 관련해 어떤 대책이나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는 것.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예술인 복지정책과 관련해 도 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일단 정부에서 예술인 복지보다도 문화 복지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면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 복지사업과 관련해 지원요청을 해오면 도와주거나, 혹은 사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정도일 뿐이다. 또, 예술인 복지의 경우 예술인들의 생계와 관련된 문제니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업에 힘 쏟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복지사업과 마찬가지로 중앙에서 내려오는 대로 공통적으로 시행하면 되지 않겠냐는 얘기다. 이미 경상북도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최초로 ‘경상북도 예술인 복지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것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동영 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전북은 문화예술의 도시인 만큼, 예술인 복지정책을 선점해 끌고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협력해 지역 시·군을 순회하며 예술인복지법을 홍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라북도 예술인에 대한 창작활동과 직업 및 복지수준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공공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예술가들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리고 이 같은 프로젝트성 사업을 진행할 때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지자체에서 예술인들의 고용보험 가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송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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