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열풍, 그 성공의 조건
협동조합 열풍, 그 성공의 조건
  • 최낙관
  • 승인 2013.08.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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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불꽃이 무섭게 타오르고 있다.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그 효력을 발생하면서 시행 후 협동조합의 설립이 전국적으로 그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달 협동조합 100일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신청건수는 총 647건으로 하루 평균 약 6.5건의 신청이 봇물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설립열풍은 보건사회연구원의 예측과도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좀 더 부연하면, 법 시행 후 2017년까지 향후 5년간 우리사회에서 협동조합은 최대 만개 정도 설립되고 나아가 그로 인한 취업자 수는 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전라북도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이후 7월 현재 도내에는 132개의 협동조합이 신규로 설립되었고 그 분야도 소상공인을 비롯하여 농업, 문화, 교육 및 복지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왜 이토록 협동조합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의 핵심은 과연 협동조합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아가 빈부격차를 해소함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안적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한지의 문제이다. 만일 협동조합이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정글과 같은 작금의 경제체제에서 이러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다면, 협동조합의 열풍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즉 사적 경제의 폐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자 핵심적인 한 축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서구의 오래된 복지국가의 경우에도 협동조합은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나아가 유통구조의 개선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지금 우리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우리의 협동조합기본법 제1조에 제시된 협동조합의 목적, 즉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은 왜 우리사회에 협동조합이 필요한지를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협동조합기본법”과 같은 법제도적 장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는 협동조합기본법은 그 안에 협동조합의 설립·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개별법에 의해 설립되었던 기존의 조합들(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달리 최근의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5인 이상의 조합원만 있으면 누구나 금융과 보험업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경제·사회영역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도에 신고와 설립등기를 거쳐 자유롭게 영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 하지만 설립의 요건이나 절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동조합이 과연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의 실천 모델로서 우리사회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상생의 협동정신을 갖추고 있는가이다. 사회적 경제의 다른 이름은 상호 호혜적 참여경제이다. 협동조합이 상호 호혜적 참여경제와 사회적 경제의 토양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우리의 협동조합은 정부의 지원금만을 노리는 이기적은 무임승차를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협동조합의 성공여부는 원론적으로 구성원들의 신뢰에 기초한 조합원 공동소유·민주적 운영·지역사회 기여 등 본래의 취지와 정체성 확보에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schaft)의 토대위에서 협동조합의 꽃을 피우고 있는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빵집보다 협동조합의 수가 많다고 하는 독일은 협동조합의 천국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단지 수가 많아서 만은 아니다. 독일의 협동조합은 그 영향력 또한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독일사회는 다양한 생활경제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기적인 경제행위보다는 자발적인 사회적 연대를 통한 상호 호혜적 협동조합운동을 지역사회운동으로 실천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사회적 경제가 단순히 약자에 대한 복지적 접근을 넘어 그들과 함께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개념의 경제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이 건재한 이유는 바로 기능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협동조합이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과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설립된 대표적인 소비자협동조합인 에데카(Edeka)와 레베(ReWe) 또한 복지와 경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성공사례 중 하나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에데카(Edeka)는 세계 2위 아울러 레베(ReWe)는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누가 이들을 동네마트라고 평가 절하할 수 있겠는가? 독일의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의 성공 키워드는 ‘자발성과 배려’ 그리고 ‘신뢰와 상생’임이 틀림없다. 정부의 지원과 보호아래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커나가고 있는 우리의 협동조합이 배워야 할 성공의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적인 지원보다는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독일협동조합의 가치가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목표가 아닌지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야할 필요가 있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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