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증가와 반려동물 등록제
유기견 증가와 반려동물 등록제
  • 김진태
  • 승인 2013.08.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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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을 둘러보면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방황하는 개나 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삐쩍 마른 모습과 때가 찌든 몰골로 먹이를 찾아 주택가 주변의 쓰레기통이나 음식물 봉투를 뒤지는 모습에 대부분 사람들은 짜증과 혐오감을 보인다. 그런데 이들 동물들도 한때는 그 누구로부터 사랑받았던 적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주인의 사랑을 좀 더 받으려고 재롱을 부리던 추억도 있을 것이다. 예뻤던 그 시절이 지나고 다시는 재롱이나 외모의 가치보다는 뒤치다꺼리에 따른 귀찮음이 커져 버린 상황에서 버림받았을 것이다. 어떤 개나 고양이는 고급승용차 뒷좌석을 차지하거나 주인의 품에 안겨 긴장이 풀린 눈꺼풀로 졸음을 참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개나 고양이 외의 다양한 애완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애완동물들을 반려동물이라고 수정해서 통칭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세계 각국의 문화와 생활수준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대표적인 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법적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반려동물 전문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이탈리아에서는 반려동물을 산책시키지 않으면 5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이 단순히 흥미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 생활의 일부이며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인구는 대략 1,000만 여명 정도이며 반려동물관련 시장규모는 약 2조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규모는 매년 증가해서 불황을 모르는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불어 영세한 업체들이나 외국 전문업체들이 참여하던 관련용품 시장에 국내 대규모 업체들이 관심을 두고 참여하거나 계획 중이라고 알려져 반려동물 시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핵가족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애완동물의 미용과 건강관련 물품, 액세서리는 물론 전문 디자이너의 제품이 등장하고 프리미엄 사료까지 개발되었고 온라인 오프라인에서도 반려동물 전문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심지어 개 전용 개모차까지 고가상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2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약 359만 가구, 전체 가정의 17.9%로 국민 5명 중 1명꼴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고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 또한 2010년 1조원에서 2012년 1조8천억 원대로 2배정도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약 6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이 과시의 수단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반려동물이 되려면 2014년 1월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반려동물 등록제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미국, 대만, 싱가포르, 뉴질랜드, 일본 등 외국에서도 3개월 이상의 개에 대해서만 동물등록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선은 고양이는 제외하고 반려견만을 대상으로 내장형과 외장형으로 구분되는 인식방법을 이용하는데 우리들이 등록하는 주민등록증처럼 등록번호, 소유자, 주소, 동물명, 털의 색깔, 생년월일, 성별, 중성 여부 등 세세한 내용이 기재되며 다만 사진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반려자동물등록제는 안전하고 생명의 존귀함을 증가시키자는 취지라 할 수 있다. 우리와 더불어 생활하는 소중한 생명체를 다시는 무책임하게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고 혹여 실수로 서로 헤어지는 경우에도 신속하게 행방을 추적해서 주인을 찾아줄 수 있는 확실한 증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동물애호가들이 시범운영 기간에 등록을 완료했다고 한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다. 똑같은 자식이더라도 막내가 유독 사랑스럽다고들 한다. 또한, 자식보다는 손자 사랑이 앞선다고도 한다. 비록 말은 할 수 없지만, 온갖 재롱을 부리며 주인과 의사소통하는 반려동물을 볼라치면 온 가족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구성원임이 틀림없다. 이런 사랑스러운 구성원이 다시는 거리를 방황하며 굶주리거나 병원체를 전염시킨다는 선입견의 존재대상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책임 있는 사육과 인식을 통해 생활수준은 물론, 인식의 선진화가 필요할 정도로 국내 반려동물의 규모와 수준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핵가족화, 소통 부족의 사회에서 그나마 나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반려동물의 필요성을 인지한다면 유기동물의 증가는 부끄러운 일이다. 야성화된 고양이, 개의 새끼들이 신고되어 유기동물보호소에 수용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 나름 적응된 환경에서 갑자기 변화가 일어나면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온 즐거웠던 시간과 추억을 감안한다면 내다 버리려는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버림받은 반려동물이 내재하고 있는 잠재적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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