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은 시골소녀, 남다른 도전과 열정으로 한국의료계 거목 거듭나
꿈많은 시골소녀, 남다른 도전과 열정으로 한국의료계 거목 거듭나
  • 송민애기자
  • 승인 2013.07.0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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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전, 전북 군산의 한 소녀는 막연히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에 대학 진학은 사치라 여겨졌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이 아닌 여성의 꿈은 묵살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꿈 많은 시골 소녀는 바람이 세면 셀수록 더욱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굴하지 않는 줄기찬 응전으로 바람을 이겨냈다. 그리고 수십년 후, 마침내 그 꿈을 이뤄낸 소녀는 한국 의료계의 거목으로 거듭났다. 바로 전북이 낳은 세계적 여성 지도자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다.

가천문화재단이 도전과 열정의 여성 리더인 이길여 가천문화재단 회장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집대성한 책 ‘가슴에 품은 청진기’(21세기북스)를 펴냈다.

각계 64명의 지인이 이 회장과의 숨겨진 인연을 아낌없이 풀어내고 있어, 그의 남다른 성공에 가려졌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실, ‘이길여’라는 이름 석 자는 한국 의료·교육·봉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전북 군산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1950년대 지금의 동인천역 앞 허름한 2층짜리 적산가옥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1978년 ‘의료법인 인천길병원’을 개원, 반 세기에 걸쳐 길병원을 인천 최대의 병원으로 일구어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또 하나의 꿈이었던 교육사업에도 도전한 것. 비록 전문분야는 아니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고 또 내달린 끝에, 마침내 전국 10대 사학으로의 야심 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가천대학교’를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회봉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가천문화재단, 가천박물관,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가천미추홀봉사단 등의 단체를 세워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그의 남다른 도전정신과 뜨거운 열정이 곧 한국 의료·교육·봉사의 발전과 성장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처럼 전북 군산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길여 회장.

이 책에서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전북도민일보 사장)는 이러한 그를 가리켜 ‘붕몽의생’의 정신이 낳은 결실이라 일컬었다. 임 총재는 “한국 교육계와 의료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의 삶은 아마도 ‘붕몽의생’의 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일제 강점기 남존여비의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일찍부터 사랑의 의술을 실천하겠다는 큰 꿈을 품고, 특유의 근검절약과 부지런함으로 삶의 텃밭을 일구어 혼자 힘으로 국내 굴지의 병원을 세우고, 신문사와 대학까지 인수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익재단의 회장이 됐으니 말이다. 이 모두가 꿈은 붕새와 같이 크게, 생활은 개미처럼 겸손하면서도 부지런히 움직인 데서 비롯된 귀중한 결실이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원 역시 “놀라운 점은 전라북도라는 주변부에서 태어나 그것도 여성 출신으로 이처럼 대단한 일을 성취해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나 사고무친(四顧無親)한 인천에서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병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은 병원을 오늘날 길병원이라는 수도권 굴지의 큰 병원으로, 또 가천대를 수도권 3위 규모의 대학으로 키워냈다. 나아가 가천길재단으로 공익과 봉사의 중심으로 만들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여성들의 경우 대개 부모나 남편의 후광을 바탕으로 큰 일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회장은 혈혈단신으로 이처럼 큰일을 해냈으니 참으로 동향인으로서 자랑스럽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책에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 여성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전히 고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는 이 회장에 대한 칭찬과 호평이 자자하다.

임 총재는 이 회장의 전북교육대상 증정식, 새생명찾아주기운동, 모교인 대야초등학교와 이리여고에 대한 지원 등을 예로 들며, “이 회장은 어릴 적 서울대학교 의대에 합격해 서울로 올라간 이후로는 줄곧 수도권에 머물며 그곳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바쁜 활동 속에서도 한시도 고향을 잊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다. 비록 눈으로는 세계를 바라봤지만 가슴으로는 늘 고향을 품어온 터이다”고 전했다.

서규원 군산대야초등학교 교장 또한 “이길여 회장님은 탁구부에 재정적 후원을 하는 것은 물론 해마다 2박 3일간의 수학여행 형식으로 학생들을 초청해 수도권의 발전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신다. 또한, 졸업식에는 언제나 장학금과 함께 영상 메시지를 보낸다”면서 “바로 이런 인연들 때문에 92년 역사를 가진 대야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이길여 회장님을 꼽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64인의 지인들이 쓴 글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 회장이 한평생 보여준 박애·봉사·애국의 발자취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테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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