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읽어주는 남자..박종관 첫 사진전
빛을 읽어주는 남자..박종관 첫 사진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06.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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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함께한 그의 삶은 벌써 서른 해를 보내고 있었다. 30여년 전 본과 1학년 때 처음 만져본 비싼 카메라. 장학금을 전액 투자해 분에 넘치도록 비싼 미놀타(Minolta)’를 가슴 속에 품고 산과 들로 발품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당시 카메라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자의 상태를 기록해 의사로서 자신의 모습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주었고, 현실의 지속적 기록이 중요한 역사가 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는 틈나는 대로 가슴이 부르는 많은 사실들을 ‘어둠속의 빛’으로 저장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의사 박종관 전북대 비뇨기과 교수가 2일부터 12일까지 전북도청사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빛을 읽어주는 남자 박종관의 노출’.

수술을 하는 비뇨기과 의사로서 그 명성은 자자하지만, 사진작가로서의 이름으로는 생애 첫 노출인 셈이다.

박 교수는 “쑥스럽지만 이렇게 작품전을 열 수 있게 된 데는 이흥재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의 ‘아름다운 기록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공개를 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작가의 태도’라는 충고와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면서 “또 전시 작품을 구별하는데도 동료 교수와 작가들의 아낌없는 도움이 함께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촬영하는 소재들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병원 주변의 환경이 변할 때마다 동행하거나 집 주변의 공원과 학교, 전주천, 남부시장 골목안 풍경 등 새로울 것 없는 공간들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특별하다. 조그마한 빗방울 속에 비친 학교의 모습, 보도 블럭 웅덩이에 고인 물에 반영된 예배당, 추운 겨울날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하루 벌이를 정리하고 있는 노점의 할머니까지. 누군가는 그저 스쳐 지나갈 법한 풍경들을 디테일하게 담아내면서 가슴속에 잔잔한 여운을 전한다.

열심히 촬영한 사진들을 정리할 때면 사랑하는 연인을 만날 때처럼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박 교수. 모든 사물을 대함에 있어 진지한 눈빛과 한 장면 한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늘어나는 그의 주름살이 작가적 고뇌를 대변한다. 조금이라도 좋은 빛과 구도를 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그의 작품에 여실히 노출됐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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