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와 수입대체, 그리고 전주탄소산업
창조도시와 수입대체, 그리고 전주탄소산업
  • 김동영
  • 승인 2013.05.29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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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라는 개념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 창조도시는 줄곧 도시개발 또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최초 창조도시는 도시경제 차원에서 논의되던 개념이다. 창조도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학자인 제인 제이콥스는 그녀의 저서 ‘도시와 국가의 부’에서 국가의 경제적 삶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구조가 도시이며, 도시의 발전은 그 이전에 발전한 창조적 도시의 영향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보았다.

그녀에 의하면 한 도시에서 경제적 발전이 이루어지면 다른 도시는 최초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주고 물건을 사들이는 형태로 교역을 시작한다. 교역과정에서 어떤 도시는 최초의 도시에서 만들어낸 제품을 대체할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일단 수입대체가 한번 일어나면 연쇄적으로 더 많은 수입대체를 자극하게 된다. 도시는 이러한 연쇄반응으로 또 다른 도시에서 생산한 재화를 현지생산으로 대체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도시경제를 거대하게 키워주고 다변화시키면서 도시가 대도약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수입대체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도시들인가? 제인 제이콥스는 일상생활에 즉흥적 발명과 개조를 투입하는 게 가능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즉흥적(improvisation)으로 창조하는 프로세스를 가진 도시가 수입대체를 통해 도시의 부를 증진할 수 있는 도시라고 보았다. 이와 유사하게 리처드 플로리다도 그의 저서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에서 창조계급은 3T(Technology, Talent, Tolerance)즉 기술, 인재, 관용의 환경이 갖추어진 도시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특허권 등록이나 첨단산업 수 등으로 나타나는 혁신지수가 높은 지역에 창조계급이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자신의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주고 다른 도시에서 만든 제품을 사들이는 교역에서 이를 대체할 수입대체를 모색하여 도시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지만, 극히 소수의 도시만이 이를 해내고 있을 뿐이다. 장인기업을 명품브랜드로 만들어낸 이탈리아 볼로냐, IT신화를 이끄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계 디자인 수출 1위 도시인 영국 런던 등이 수입대체를 통해 도시경제를 이끄는 도시들이다.

국내에서도 각 도시가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수입을 대체할 제품을 만들어 도시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2002년부터 지역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초 전국 72개에 달하던 지역혁신센터의 특화센터는 2013년 현재 17개만이 존재하고 나머지는 다른 연구기관에 흡수되거나 사라지고 말았다. 이는 지자체차원에서 진행되는 수입대체를 위한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전주시는 연구개발을 지역산업으로 연계하여 수입을 대체할 제품을 만들어낸 혁신과 수입대체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7월 1일 “고기능복합섬유 원천소재 기반구축사업”에서 시작된 전주시의 연구개발사업은 2007년 전주시와 ㈜효성간의 공동기술개발 협약이 체결된 후 2011년 3월 국내에서는 최초로 세계에서는 3번째로 중성능(T700) 탄소섬유 양산화에 성공하였다. 수입대체산업으로서 탄소섬유산업은 전주시에 천문학적 경제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효성의 2020년까지 1조 2천억원 투자 외에 이미 전주권에 입주한 탄소관련 기업체 21개 업체가 2030년까지 현재의 629개의 일자리를 5천138명으로 늘리고 투자 또한 1조 6천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투자협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이와 더불어 2030년까지 대기업 2개 이상, 중핵기업 20개, 중소기업 100여개 이상 등의 기업 집적화를 통해 종사원 2만명, 지역 내 매출 100조원, 기술력 세계 10위의 글로벌 탄소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제인 제이콥스에 의하면 1차로 수입대체를 만들어낸 도시는 연쇄적으로 더 많은 수입대체를 자극한다고 하였다. 전주시의 탄소섬유산업을 통한 수입대체의 경험은 단순한 혁신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산업화에서 소외되고 자체의 내생적 발전전략을 가지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시혜적 정책만을 바라던 그동안의 패배적 분위기를 성취와 성공의 분위기로 만들고 혁신을 더 많은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제인 제이콥스가 수입대체를 만들어 도시경제를 활성화하는 도시가 창조도시라고 했듯이, 전주시는 명실공히 진정한 창조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동영<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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