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와 은퇴 ’보릿고개’
’보릿고개’와 은퇴 ’보릿고개’
  • 김문규
  • 승인 2013.04.11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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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산업화 정책의 성공에 힘입어 경제성장과 함께 농가소득도 늘어나 이제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으나 일제강점기부터 8·15광복 후 1960년대 초까지 연례행사처럼 찾아들던 농촌의 빈곤상(貧困相)을 나타내는 단어가 "보릿고개" 라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봄이 한창일 무렵, 지난해에 가을걷이로 보관해둔 곡식은 겨우내 온 식구가 다 먹어서 떨어지고, 봄을 이겨내기 위한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으며, 한해 양식으로 사용할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아 보리가 익을 동안 먹고사는 일이 어찌나 힘들었던지 마치 험난한 고개를 넘는 것 같다고 해서 “보릿고개”라고 부른 거라고 한다.

요즘에는 길가에 가다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지 첫인사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것이 관례화 되었지만 예전에는 어르신을 보면 "진지 잡수셨습니까?" 라고 인사를 많이 하였고, 지금도 때가 되면 "식사 하셨습니까?"라는 인사를 흔히 나누곤 하는데 그 말의 표현에는 배가고파서 하루 세 끼를 건사하기 힘든 시절의 아픔이 들어 있었다는 점을 지금의 장년층 이상 세대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어린 시절의 배고픔을 겪으며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55년~63년 출생)들에겐 또 다른 보릿고개를 겪어야 하는 현실을 피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른바 “은퇴 보릿고개”라 한단다.

베이머부머 세대들은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주역으로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였고, 한편으로는 사상초유의 IMF외환위기로 인한 갖은 고난과 서구의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을 지금도 받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들이 이미 직장에서 은퇴를 하였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어 이들이 직장에서 은퇴 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자격을 얻기까지의 기간 동안 일정한 수입은 없고 지출은 일생에게 가장 많아지는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되었는데 이러한 시기를 일컬어 “은퇴 보릿고개”라 부른다고 한단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54세, 성인의 기대수명은 2012년 기준으로 남자 77.4세, 여자 84.2세 평균 80.8세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은퇴나이는 프랑스(62세), 독일(67세)등에 비해 적게는 7년, 많게는 10년 이상 빠르다고 한다. 또한 노후 준비 방안은 국민연금 42.6%, 예.적금 21.0%, 사적연금 17.8%이다. 국민의 절반이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이다.

의존도가 높은 국민연금은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가입자가 은퇴 전 받았던 월 평균소득의 40%(소득대체율)을 받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국민연금에서 가장 높은 소득구간인 월평균소득 389만원 이상 가입자가 30년동안 가입했을 경우 월 93만원을 수령하고, 40년을 가입하였을 경우 123만원을 수령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단순히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자금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며 55세~65세 시기를 무사히 넘겨 노후생활에 연착륙하려면 퇴직한 다음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 10년간의 소득공백을 메워줄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정책수행을 통하여 해결해야 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우선 개인적으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사전에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전문가들은 은퇴준비는 빠를수록 좋다고 하며, 소득이 있을 때 개인연금과 퇴직연금등 노후준비용 상품을 충분히 활용해 국민연금 수령시기까지 이겨내야만 한다고 하고, 노후에 다치거나 질병으로 인한 치료비를 덜어줄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권장하기도 한다. 이제 개인연금과 보험은 금융회사 상품이 아니고 현대인의 노후생활을 풍족히 해주는 문화상품이고, 노후에 자존심을 지켜주는 심리적 처방이라고 말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생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마(魔)의 10년"이 이제는 노후준비의 핵심키워드로 등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은퇴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또 하나의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전에 몸담았던 직장에서의 노하우를 살려서 새로운 활동을 하거나 무언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여 새 출발을 할 수도 있고, 귀농귀촌을 통하여 목가적인 삶을 꿈꾸어도 된다고 본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물 반잔의 컵에 어떤 시각에서 더 채워 넣을지는 각 자의 선택 몫이라고 생각 한다.

김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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