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 김광휘
  • 승인 2013.04.06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21세기는 어떤 시대인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질문은 대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시대를 통찰하는 능력이 없어서이기도 하거니와, 지금의 삶이 주는 무게가 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데 무슨 한가한 시대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가 어떤 것인지 역사적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지금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도 그렇다.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부여된 영원한 숙제이지 않을까? 하고 또 해도 답이 없는.

시대를 따져볼 전문성도 부족하고 관심을 쏟기에도 불편한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과거에 시대를 진단했던 분들이 펼쳤던 주장이 어떤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를 통해 어쩌면 현재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오래전 벨은 동서 냉전의 끝을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 하였고, 같은 맥락에서 후쿠야마는 냉전에서 승리한 서구식 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이전까지의 ‘역사가 종말’을 맞이하였다고 보았다. 역설적이게도 당대의 흐름이 한창 극성인 시기에 과감하게 그것의 끝을 주장하면서 미래를 예견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주장한 ‘한 시대의 종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출범으로 봐야할 것이다. 굳이 시대의 끝(End)이라고 언명한 것은 그 시대의 가장 강력한 사조에 대하여 단절을 선언하여야만 이후에 닥칠 시대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벨과 후쿠야마의 탁견을 현재에 적용한다면 지금 가장 큰 흐름에 대하여 - 아마도 정보화와 세계화와 같은 물결이 시대적 화두로 공감되고 있다 - 미리 그것들이 끝났음을 선언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정보화 이후의 시대, 세계화 이후의 시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들을 찾기 위해 금세기에 출현한 시대에 대한 인식을 경청해 보자. 우선 하인버그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거듭된 경제위기로 현재의 세계 경제체제는 더 이상 성장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다행이 그는 이런 제로성장시대가 왔지만 세상의 종말은 아니라고 하였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므로 공동체운동을 통해 아끼고 상호부조하면 이 성장의 끝을 돌파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고 보고는 있다.

나임은 권력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21세기를 고찰하였다. 예전에 막강한 힘을 휘두르던 주요 행위자들로부터 소규모로 분산되어 출현하는 새로운 행위자들에게로 권력이 넘어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대통령궁으로부터 대중이 모이는 광장으로, 거대 재벌집단으로부터 다수의 소규모 창업기업에, 남성으로부터 여성으로 힘의 중추가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이동은 새롭게 권한을 획득하는 집단에는 기회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집단에는 혼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논의를 통해 우리 시대의 특징을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들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적어도 국가, 체제, 대기업과 같은 거대행위자들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개인과 소규모 집단들이 사회의 주체가 되는 미시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공동체의 복원이 중요한 사회동력으로 대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분절되고 파편화된 사회관계 속에서 해체되거나 역할이 축소되었던 가정과 마을, 지역과 같은 공동체가 다시 삶의 주체로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각계각층으로 쪼개지고 나눠진 의사결정의 힘이 네트워크와 공동체를 통해 수렴되어야 하므로 온-오프라인이 모두 중요한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다양한 계층과 집단 속해 있는 개인의 상상력이 시장에서 가장 큰 가치로 인정받는 새로운 시대가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추론을 심상화한다면 아마도 이런 시대가 아닐까. 한옥마을 뒷골목에서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화를 그리는 젊은 작가, 팔복동 TP 연구실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엔지니어가 개발한 신상품, 고창에서 천연염료를 개발하면서 내일의 패션을 기획하는 디자이너, 장수에서 새로운 농법으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귀향인 등 상상력과 열정이 만나 새로운 사회의 동력이 되는 그런 시대 말이다. 한 마디로 융합과 통섭시대라고 본다.

우리 시대를 공동체와 개인, 열정과 상상력이 키워드가 되는 시대로 정리하는 것이 틀린 일이 아니라면 전라북도에서 시작한 삶의 질 정책은 그런 면에서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런 시대를 위해 더 준비해야 할 일은 없는지 다시 정답 없는 고민을 시작해볼까 한다.

김광휘<전북도 새만금환경녹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