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35>옷얼 홀딱 벗으씨요
가루지기 <535>옷얼 홀딱 벗으씨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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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13>

“알만허요. 평생 써묵을 것얼 한꺼번에 다 써묵었는갑소. 그나저나 야가 왜 이런다요? 병 든 개새끼가 머리 쳐박고 있듯이 까딱얼 안 허요이.”

“암튼지, 니년이 약조를 지켜야헌다. 그걸 못 지키면 술값은 커녕 귀싸대기를 맞을 줄 알거라.”

“알겄소. 어떻게든 이놈얼 세워 일만 시키면 될 것이 아니요. 기왕에 판을 벌릴 것 같으면 화끈하게 한번 벌려보십시다. 옷얼 홀딱 벗으씨요.”

옹녀 년이 마지막 수단을 쓰려고 사내의 옷가지를 벗겨내고, 제 년도 허물을 벗듯이 옷가지들을 벗었다. 아무리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뒷방이라고 할망정 대명천지 밝은 대낮이었다.

처음에야 앞이 캄캄했지만, 이제는 제법 어둠에 익은 눈으로 사내의 몸이며 계집의 몸이 환히 보였다.

“누우씨요. 이년이 우로 올라갈라요.”

“내가 눕는 것은 쉽다만, 니가 올라간들 부실헌 연장이 밭을 갈겠느냐?”

이생원이 마지못해 몸을 반듯이 눕혔다. 사내 위로 몸을 얹으려던 옹녀 년이 바짝 말라있는 밭고랑에 쟁기날을 꽂을 곳이 없다는 걸 깨닫고 사내의 얼굴 쪽으로 가슴을 들이댔다.

“팔령재럴 넘어오시느라 시장허시겄소. 젖이나 좀 묵으씨요.”

“흐흐, 내가 젖을 먹으면 니가 미치고 환장헐 것인데, 내가 그걸 풀어주지도 못 헐 것인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괜히 불만 붙여놓았다가 딴 사내를 찾아 훌쩍 떠나버리는 것은 아냐?”

사내는 미상불 그것이 걱정인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사내깨나 밝히는 계집 같은데, 손 장난 입 장난으로 계집의 몸을 화덕으로 만들어 놓으면 계집은 그 불을 끄겠다고 다른 사내를 찾아갈지도 모른다

는 걱정이 생긴 것이었다.

“씰데없는 걱정을 다 허시요. 아까막시 약조를 안 했소. 목심얼 걸고 생원나리의 원을 풀어디리겄다고라. 남원의 춘향이는 아니오만, 연장이 부실허다고 따른 밭을 찾아나설 밭은 아닌깨, 염려럴 노씨요.”

옹녀 년이 제 가슴 한 쪽을 사내의 벌린 입 속으로 디밀었다. 사내가 그걸 덥썩 물고 쪽쪽 거리다가 으로 살살거렸다. 그때마다 옹녀 년이 어거지 감창소리를 냈다. 암내난 암코양이처럼 기양기양 울다가, 아으아으 쪼깨만 세게, 쪼깨만 세게 쪽쪽 빨아뿌리씨요, 하며 온 몸을 부르르 떨다가, 어느 사이에 축축히 젖은 밭고랑을 쟁기날에 대고 문질러댔다.

그래도 사내의 연장은 꿩구워 먹은 소식이었다. 어지간한 사내같으면 벌써 고개를 치켜 들고 밭을 갈 차비를 하련만, 꼼짝을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계집이 한숨이나 풀풀 내쉬면서 그만두면 사

내는 영영 연장을 세우지 폿할 것이었다. 아직까지 그리 허약한 사내는 만난 일이 없지만, 옹녀 년은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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