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軟着을 기원하며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軟着을 기원하며
  • 박기영
  • 승인 2013.02.19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모든 정책들은 정책집행 이후 야기될 수도 있을 돌발변수나 상황변화에 대응하여 정책의 내용과 시행방법에 적절한 수정과 조처를 가할 수 있다는 이른바 ‘가변성의 원리’을 기본요건으로 전제하고 있다. 또한 그와 동시에 한번 결정된 정책은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분 나는 대로 수정과 변경을 진행시켜서는 아니 된다는 ‘안정성’ 내지 ‘연속성’의 원리도 정책수행 활동의 철칙으로 상정하고 있다.

마치 인조보석과 구별될 수 있는 천연보석의 첫 번째 구비요건이 불순물이 함유되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불순물의 함유량이 제로에 근접할수록 최상의 보석일 수 있다는 역설처럼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근대국가 성립의 연륜이 짧고 또 민주정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탓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정책과정에서 정책의 가변성이 높고, 그와 반대로 안정성과 연속성은 매우 취약한 것이 일반화된 현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 중에서도 교육문제에 관한 정책수행 행태가 안정성과 연속성이 극렬하게 결여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은 원래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사업이라고 떠들어 대고들 있지만, 이의 실천을 위한 초ㆍ중등 교육과 대입정책들은 십년소계(十年小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고등교육 또한 그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이다. 근년에 이르러 시행된 일련의 고등교육정책들, 특히 ‘고급인력 양성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생사결단적 자세로 추진되었던 의ㆍ치학전문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이천년대 초입을 장식하는 최대의 정책실패 사례로 회자되고 있으니 말이다.

허나 의ㆍ치학전문대학원은 이미 당사자들이 예전 형태의 의과대학체제로 회귀(回歸)를 기도하고 있고, 또 ‘잘 못되어 보았자 의과대학에로의 귀환’이라는 퇴로가 확보되어 있는 상태이니 별 다른 마찰 없이 자정(自淨)과 환골이 어렵지 않으리라고 믿어지는 바다. 허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는 문제가 예사롭지가 않다.

참여정부에 의해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은 ①양질의 법률서비스 전달 ②건전한 직업윤리의 정착 ③법적 분쟁의 효율적 해결자 양산 및 ④사법고시 준비로 인한 고급인력의 유휴화 방지 라는 4대 과제를 모토로 2009년 초에 개원되어, 현재 전국 25개 대학에 2,000명의 정원을 배정,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법조계와 약속되어진 대로 2017년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되어 진다면 법학전문대학원은 유일한 법조인력 양성기관으로 정착되어지게 된다.

헌데 이제 겨우 한ㆍ두 번 수료생이 배출된 마당에 법학전문대학원 주변은 난리가 났다. 한마디로 수료자들 모두(?)에게 과거의 사법시험 합격자들처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가치의 확보가 약속된 일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심정과 주장에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허나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자들의 취업난은 2009년 이후 2012년 까지 사법시험을 통해 배출된 3,000명의 법조인과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양성된 4,000명의 변호사가 일시에 몰려나와 야기된 계절적 불황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다고 일시적 불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미취업인력 모두를 국가가 수용할 수도 없을 것이고 또한 수료생들의 취업보장을 위하여 법조인력 양성제도를 과거의 사법시험제도로 다시 환원시켜 버릴 수는 더 더욱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은 더욱 풍요로운 한국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전제하면서 우리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고 또 주어진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그것도 투철한 사명감과 역사의식을 갖고 자신과 집단이 처한 환경을 면밀히 이해하면서 말이다.

<박기영(전북대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