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학교폭력 대응방법
학부모의 학교폭력 대응방법
  • 문창룡
  • 승인 2013.02.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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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의 아들이 상급 학년 여학생에게 언어를 포함한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이처럼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에게 학교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심한 학교폭력으로 인해 다른 학교로의 전학과 홈스쿨링까지 하면서 극복하고 겨우 학교생활을 적응하는 H에게 상급학년 여학생의 또 다른 학교폭력은 그들 모자(母子)에게 매우 민감한 일이 되었다.

H의 어머니는 H와 자초지종을 충분하게 나누었고 가해 여학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아이를 만나기 전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부탁해 왔다. 가해 학생을 꼭 안아주라고 했다. 아이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떨리는 것을 느껴보라고 말해 주었다. “꼭 그래야 되나요?” H의 어머니는 분한 마음과 긴장감을 가지고 가해 학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조언의 첫마디가 꼭 안아주라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라고 다시 말해주었다.

가해학생과 면담은 H의 담임교사가 주선했다. H와 가해학생, 그리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담임교사가 자리를 같이 했다. H의 어머니는 녹음기를 옆에 두고, 수첩에 대화내용을 적어가면서 가해학생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H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상태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어렵지가 않았다. 몇 번의 순간에서는 화가 났지만 꾹 참았다. 하지만, 가해학생은 협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자신이 더 억울하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때 H의 어머니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저 짜증이 나기 때문에 욕을 했고, 밀었고, 다른 아이들을 동조시켜 놀림거리를 만들었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쌀쌀한 말투와 냉담한 표정으로 노려보기까지 했다.

대화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결국, H의 어머니는 “안 되겠구나. 말로는 안 되겠어. 경찰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너의 잘못을 처리하도록 해야겠어.” H의 어머니는 강한 어조로 가해학생에게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이때 H의 담임교사가 지혜롭게 끼어들었다. “지금, H의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것은 너의 사과잖아.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 끝날 일을 왜 고집 부려.” 그때서야 가해학생의 눈빛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입은 굳게 다문 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켜보던 H의 어머니가 말했다. “네가 진심이 없는 사과를 한다면 나는 너의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어. 그러나 네가 진심으로 나와 H에게 사과를 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한다면 네 사과를 받아들일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그때서야 녀석의 태도가 울먹이면서 돌변했다.

H에게 사과를 했고, H의 어머니에게도 사과를 했다. H의 어머니는 가해학생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었다. 아이의 심장 박동을 느껴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H의 마음도 후련해지며 폭력에 대한 앙금이 풀리고 있었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가해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 피해학생의 상처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만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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