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교사들
위기의 교사들
  • 문창룡
  • 승인 2013.01.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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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이었다. 동국대학교 조벽 교수의 글을 읽었다. 최근에 그의 온라인 강좌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의 강의를 들은 2만명이 넘는 교사들이 하나 같이 교직에 대해 절망적인 편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교직에 대한 실망감과 회의감은 경력이 많은 교사일수록 심해진다고 했다.

도대체 내가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가르쳐봤자 듣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지쳐가고 있다.(편지1)

학생들조차 이제 교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공부는 학원에서 해오고 학교는 스트레스 풀러 오는 것 같다.(편지2)

교육경력이 많이 되었지만 점점 교직이 어려워진다. 힘들다. 큰 통 안에 내가 갇혀 있는 느낌이다. 물이 내 목에 까지 차오르는 것 같다. 답답하고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편지3)

학생을 위한 배려나 열의가 부족해진다. 준비도 미흡하다. 잡무에 허덕이다 방학을 맞았다. 나도 학생들도 즐거움이 없는 학교생활을 했다. 교직을 직업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것 같다. 학생이 나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고 산다.(편지4)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바라만 보아도 공감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입시에 따른 진도를 맞추는 교사가 되었고 갈수록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늘 만족하지 못하는 수업을 한다.(편지5)

교직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가 그리워진다. 그 시절 그 꿈은 어디론가 사라졌다.(편지6)

교사 3년차, 처음에는 안 그랬지만 지금은 학생, 교감, 교장, 학교업무를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편지6)

조벽 교수에 의하면 대부분의 편지들이 이러한 내용이어서 충격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부인하고 싶지만 학교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 지수는 OECD 국가 중에서 4년 연속 꼴찌를 달리고 있다. 상습적인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200만명 가량 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자신감을 잃어가며 힘들어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수많은 교사들이 이미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교사들이 가르쳐야 할 지식들은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야 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사회현상을 살펴보면 우리가 속한 공동체들의 모든 상황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인권이 더욱 강조되는 사회에서 감내해야 할 불편함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혁신학교든, 행복학교든 학교개혁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 학교는 지금도 변해가고 있다. 다만, 급변하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능동적으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행복한 교직생활의 해답은 교사 자신이 찾아야 할 것이다.

지식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순간 그 교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세상은 너무나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나가야 간다. 교사가 먼저 아이에게 손을 내밀고 진실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야 말로 위기에 몰린 교사들의 쌍무지개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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