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급식재료공급업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해결이 시급하다
전북급식재료공급업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해결이 시급하다
  • 김경만
  • 승인 2013.01.28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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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매우 심각하다. 급식업 종사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역 내 진출로 인해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 및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판매부진과 재고누적으로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중소유통상인들이 담당하던 골목상권까지 마구 잠식하는 대기업이나 거대 유통조직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이들 영세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도내 소상공인 10곳 중 8곳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소상공인의 절반 이상이 폐업과 철수, 파산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가 심각하다. 소상공인의 84.3%는 외부로부터 조달한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중 62.2%는 원금상환도 못하고 이자만 내는 상황이다. 대형마트와 SSM은 ‘03년 482개이던 것이 ’10년에는 1,363개로 지속적으로 출점이 증가했지만 전통시장은 ’03년 1,695개이던 것이 ‘10년에는 1,517개로 줄어드는 등 전통시장의 소상공인 영역이 붕괴하고 있다.

전북지역 급식업에 종사하는 150여 업체, 700여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유인즉 익산시가 급식센터 운영의 주체로서 원예농업협동조합에 사업권을 맡긴 것을 시작으로 전주, 완주, 군산 등 지자체의 경우도 농협에 급식지원센터 운영의 주체로서 위탁을 주는 문제를 검토함에 따라 기존에 몇십년동안 물류유통업에 종사하던 식자재 업체인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 농협자본이 농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유통판매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중소상공인들을 도산직전의 위기로 몰고 있다.

지역 유통업체가 무너지면 지역의 생산체계와 기반이 무너지게 되며 나중에 고스란히 그 피해가 지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대형유통업체가 문제이다. 거상들은 대규모 자본과 유통망으로 좋은 식재료를 대량으로 산 뒤 대형유통업체에 넘긴다. 좋은 품질로 내놓은 식재료가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단가가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대형이 아닌 중소 규모의 유통업체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유통개혁의 대상은 상인이 아니라 이들을 흔드는 대형 유통단체이다.

생산자 단체와 소비자인 학교의 불필요한 유통경로를 단축하여 품질은 좋으면서 가격은 싼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농협도 급식사업에 참여한 이유가 친환경 농산물 제공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에 대해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실행과정에서 수십년간 유통과정에 종사해온 소상공인들의 생업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대기업의 행태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최소한 중소유통상인이 그동안 담당해온 노하우를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생산자 단체인 농협과 유통전문인 급식재료협동조합, 그리고 지자체간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모색이 필요한 때다. 급식업 협동조합 스스로도 영세 유통상인을 조직화하여,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자체가 지향하는 로컬푸드 운동의 근본 취지가 아니겠는가?

최근 대상 베스트코는 사업조정을 피하기 위해 지역내 영세유통업체를 인수, 도에 진출함으로써 영세 식자재 업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낮은 가격과 거대자본을 앞세워 지역상권을 잠식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진입으로 인해 영세 식자재업체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협의 학교급식사업 진출은 지역 식자재업체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한국경제의 대동맥이라면, 소상공인은 모세혈관이나 다름없다. 결국, 대동맥과 모세혈관에 원활하게 피가 돌아야 인체가 건강하듯, 소상공인이 건강해야 한국경제가 건강하다. 전북지역 급식재료업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처한 경영위기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이다.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게 갠다는 운권천청(雲捲天晴)의 사자성어가 꼭 실현되는 전라북도를 기대한다.

김경만<중기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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