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석탄화력발전소가 남긴 상처
김제 석탄화력발전소가 남긴 상처
  • 곽화정
  • 승인 2013.01.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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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가 추진하던 김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이 무산됐다. 지식경제부가 16~17일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김제는 제외되었고, 21일 김제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유치포기를 밝혔다.

운영 측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내륙형 발전소라는 점과,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지역 경쟁력 약화 우려 등을 안고 무리하게 시작된 건설계획은 주민들 간의 갈등과 김제시에 대한 불신만을 남긴 채 끝이 났다.

김제시는 반대도 무릅쓰고 추진했던 화력발전계획 실패가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김제시와 시의회가 실패보다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아름답지 않았던 과정이 만들어낸 주민들의 불신과 갈등이다.

김제시가 보여 준 모습은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로 하여금 시에 기만당했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김제시는 공론화 과정 없이 비밀리에 석탄화력 유치 협약을 체결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에게는 유치를 포기하겠다고 하고서는 은밀하게 주민동의서를 받고 건설의향서를 접수시켰다. 특히 지평선 축제를 앞두고 지역 논란이 외부로 확대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지 않은 주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주민들의 집회현장 천막을 김제시 공무원들이 폭력으로 짓밟은 것은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김제시의 이런 추진과정은 찬반으로 갈린 주민들의 갈등과 김제시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다. 김제시가 사업 포기 기자회견을 한 이후에도 주민들 간의 갈등과 김제시에 대한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했던 주민 100여 명은 김제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을 다시 집회장으로 이끈 것은 김제시와 김제시의회의 잘못된 추진과정에서 생긴 불신과 분노였다. 그리고 집회과정에서 다시 찬반 주민들 간 대립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같은 지역에 살아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도록 원인을 제공한 책임은 김제시와 김제시의회에 있다.

김제시가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면 어땠을까. 처음부터 은밀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김제 시민과 의회,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주민의 건강과 청정 농업에 미치는 영향, 실질적인 지역발전 효과 등을 따져보는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면 찬반이 나뉘었더라도 이와 같은 불신과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김제시의회 역시 행정을 감시하는 시민의 대변자로서 시민들을 위한 공론화에 팔을 걷어붙였어야 했다.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찬반이 갈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사업이 주민 갈등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시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모두 경청해야 할 의무가 있고,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과정을 거쳐 찬반 대립이 주민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이런 점에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김제시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던 점을 김제시는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십 년을 이웃으로 살아오던 지역 주민들 사이에 생긴 상처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김제시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곽화정<전주환경운동연합 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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