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축제' 그만 벗어나라
'그들만의 축제' 그만 벗어나라
  • 김미진기자
  • 승인 2013.01.18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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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공적재원을 통해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지역문화예술단체들. 투입된 재원보다 몇 배의 가치를 쏟아 붓는 단체가 있기도 하지만, 일부 단체의 경우 그야말로 지원금을 위한 형식적인 내용의 행사를 보여주는데 그치기도 한다. 또 기득그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새내기 예술가들이 진입하기에는 문진금의 장벽이 너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한 청년작가는 “매년 문예진흥기금을 신청해보지만 미끄러지기 일쑤”라고 하소연한다. 지역에서 꽤나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도 기득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부재한 점은 크나큰 손해일지도 모를 일이다. 도내에서 활동 중인 문화예술인은 약 1만 여명 안팎. 각종 지원사업의 규모 또한 타 광역자치단체 대비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올해만큼은 전북문화예술판에 날개를 달아줄 쫀쫀한 사업들에 예산이 투입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매서운 겨울… 피말리는 쩐의 전쟁

지역 문화예술계에는 매년 1월이 매섭게 추운 이유가 있다. 지역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재원인 전북도의 문진금 공모가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문화예술 전문단체 육성지원 사업’과 18일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접수가 마감됐고,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사업(1.9~1.22)’, ‘레지던스프로그램지원사업(2.5~2.7)’, ‘해외전시지원(미정)’ 등의 공모가 신청접수 기간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들 사업에 대한 심사는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2월 한 달 동안 지역문화예술인들은 그야말로 피 말리는 쩐의 전쟁을 펼친다. 문진금 최저 한도액인 200만 원부터 많게는 2,000만 원까지 각종 사업비가 지원된다. 재원의 종류도 다양해져 최고 1억 원까지 지원되는 기금사업도 있다. 때문에 지역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보다 많은 금액을 지원받기 위한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지난해 사업은 안녕하셨나요?

이 시점에 가장 묻고 싶은 질문 하나. 지난해 기금을 지원받아 만족스럽게 사업을 펼쳤고, 올해 또 기금을 신청했는가 이다.

이에 대해 문진금 다원예술분야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한 위원은 “관습상 사업계획서에서부터도 정말 아닌 팀이 기금을 받아간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장에서 보니 이런 사업에도 문진금을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 그야말로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문진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마을 경로잔치와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에 사업비가 지원됐다는 것. 또한, 어느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300만 원이나 예산이 지원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행사에 끼워 넣어 10분 정도 진행되고 끝난 경우도 있어 할 말을 잃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통분야에서는 각종 경연대회가 난립해 문진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로 겹치는 영역이 있다면 공신력 있는 단체에 우선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미술분야에서는 기획의도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이 백화점 마냥 작품을 나열한 그룹전과 해를 거듭할수록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공모전,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진행으로 의미가 실추된 전시 등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연예술분야의 평가위원은 “개인이 이름을 걸고 자기를 뽐내기 위한 무대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생각하게 됐다”면서 “문진금 수혜자라면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 측면, 관객들을 참여시키는 방법에 대한 고민, 방향을 디테일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부 공연의 경우에는 객석의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하는 공연도 많았고, 누구를 위한 공연인지도 알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면서 “기금의 일정부분을 소외계층을 초대하는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 관객확보와 동시에 도민 향유의 측면도 넓히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문화예술단체들이 전년도 수행했던 사업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비판 없이 같은 사업을 매년 똑같이 신청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수백, 수천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단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심사는 무난하게 통과된다는 점. 전년도 평가를 통해 우수 및 부진단체에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한다고 하면서도, 매년 평가위원들로부터 졸속운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일부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복수의 평가위원은 “사실 지난해 사업 평가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꼽자고 하니 힘이 들었다”면서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의상이나 조명 등의 퀄리티를 높일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핑계일 뿐, 작품 래퍼토리자체가 평이하거나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딸리는 경우들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진금..올해는?

해마다 심사가 끝나면 불공정 심사 논란에 휘말리면서 후폭풍을 겪는 문진금 심사.

이에 전북도가 고민 끝에 내놓은 처방전은 심사위원 구성에서 기존 보다 타지역 심사위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올해 문진금 지원 대상 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42명으로 구성되는 예비 심사위원회의 40%를 외부 인사로 선정한다는 방침인 것. 이렇게 되면 외부 인사 비율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확대되는 것인데, 심의기피제 강화와 예비심사위원 단임제 등의 실시가 탈락의 고배를 마신 단체들의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외지 심사위원들의 경우 지역 예술판을 총체적으로 본다거나 단체의 면면을 꼼꼼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나머지 지역 인사들의 입김에 따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기우는 아니다. 이에 따라 전년도 지원사업 평가결과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요약한 자료 등을 사전에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하는 등 준비 작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올해 문진금은 신진예술가 지원금을 5,000만 원까지 확대하고, 동인지와 동문전 등에 대해서는 선정기준 자격을 강화하는 한편, 별도의 지원사업이 있는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지원 분야 중 동호회 주관 사업에 대해서는 선정을 축소키로 하는 등 달라진 부분이 많다. 장애인소수자 문화활동 지원사업도 시군에서 별도 공모하는 찾아가는 문화프로그램과 중복되는 위문공연, 봉사활동은 공모선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올해는 지역 예술계에 뿌리 깊은 관성적이고 관행적인 지원금 수혜의식을 버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산이 세워졌으니 우선 쓰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지역문화예술 판을 살찌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을 세워야한다는 전언이다.

김미진기자 mjy308@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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