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76>딴 사내럴 품는다
가루지기 <476>딴 사내럴 품는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1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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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47>

"임자를 생각허고 돌아섰네, 사람이 의리가 있제, 어찌 그런당가, 손맛만 뵈어주고 왔네"

,타는 불에 지름만 끼얹었소이, 죄 짓고 왔소, 여자가 젤로 환장헐 때가 언젠줄 아시요, 사내 생각으로 아랫녁이 후꾼후꾼 타오를때요, 나도 명색이 계집인디, 어찌 투기가 없것소만, 서방님이 딴 계집 만내는 걸로 홰럴 낼 생각언 없소"

"허허, 인자본깨, 임자가 보살님이네"

"대신 이년이 보듬아돌랄 때는 언제든지 보듬아 줘야쓰요이, 딴 계집 품니라고 나럴 홀대허면 그때넌 내가 못 참소이"

"못 참으면, 내 쫓기라도 헐랑가"

"이년도 딴 사내럴 품는다는 소리요"

"알아서 허소, 그 일로 투기넌 안 헐라네, 나도, 몸간수럴 험서 어찌 들병이장시럴 허겄는가"

그런 얘기를 도란거리며 탁배기 두 병을 비우고 나자 딱히 할 말도 없는 연놈이 멀뚱멀뚱 산도 올려다 보고 물도 내려다 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고리 고름을 풀고 바지춤을 끌어내리고 질펀한 살풀이를 시작했다,

해는 어느 사이에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넌 내가 우로 올라갈라요"

한참을 밑에 깔려 낑낑대던 옹녀 년이 사내의 몸무게가 부담스러웠는지 사내를 돌려 눕히고 낼름 올라 앉았다, 깊게 얕게, 빠르게 느리게, 정신없이 맷돌을 돌리던 옹녀 년이 그짓도 심심했는지 몸을 돌리더니, 두 팔로 마루짱을 짚고 엎드렸다,

강쇠 놈이 씩 웃으며 옹녀 년의 살집에 살몽둥이를 꽂으며 우리가 꼭 돼지 새끼가 된것 맨키네, 어쩌고 씨부렁거렸다,

탁배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방이 확 트인 정자 위라서 그러는 것일까, 이날 따라 연 놈의 방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되었다, 그러다보니까, 해는 벌써 지고 땅거미가 계곡을 기어올라왔다,

"아무래도 여그서 끝장얼 보기넌 힘들 것 같소, 나머지넌 집에 가서 허십시다,그래도 사람이라고 사람덜 눈이 무선갑소"

감창을 참느라 입술이 입술이 짓물러진 옹녀 년이 먼저 옷을 추스리고 일어나 앉았다,

"그러까, 사람덜이 봤으면 먼 짐승덜이 저그서 저 짓얼허고 있으까, 숭봤겄구만"

강쇠 놈도 몸을 일으켜 바지를 추켰다,

두 연놈이 정자를 내려와 내를 건너 막 인월 쪽의 길로 들어섰을 때였다, 문득 뇨의를 느낀 강쇠 놈이 임자는 먼첨 가소, 소피 쪼깨 보고 가야쓰겄구만, 어쩌고 하면서 바지춤을 꺼내어 볼 일을 보고 있을 때였다,

마천 쪽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리더니, 손에 몽둥이를 든 장정들 댓 명이 네 이놈 게 섰거라, 하고 쫓아왔다, 강쇠 놈이 저 사람들이 왜 저러제, 하고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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