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교육위기 해결할 수 있나?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교육위기 해결할 수 있나?
  • 이동백
  • 승인 2013.01.14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정부의 인수위가 꾸려지고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의 교육공약은 사교육비의 획기적 절감, 초등학교 ‘온종일 학교’, 중학교 ‘자유학기제’, 고등학교 ‘연차적 무상교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제’, 학교 체육 활성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란 1개 학기 동안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으며,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험 위주의 강의식 교육 대신 토론·실습 등 다양한 체험활동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그동안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이고 신선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유학기제나 무시험 등을 통하여 학생들은 잠시 동안의 위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들은 대학입시라고 하는 커다란 경쟁의 굴레 속으로 결국 들어갈 수밖에 없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50만 이상의 학생 중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숨막히는 경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다.

후보 토론회에서 박근혜당선자가 <선행학습 금지법>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던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은 각종 학교시험과 고교·대학 입시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문제 출제를 금지하고, 위반시 강력한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는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하는 고육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법은 과거 80년대의 ‘과외금지법’을 떠올리게 한다. 학교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누가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있을지, 누가 일일이 적발하고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인지 통제와 위협의 요소가 너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시 군사 정권의 서슬 푸른 위협 속에서 잠시 동안은 과외가 금지되는 듯이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말았으며 그 이후로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초등학교 온종일 학교 같은 경우는 이런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이 학교의 현실을 한 번 살펴보았는지 묻고 싶다. 초등학생들이 하루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은 누워서 잠을 자거나 집처럼 뒹굴거리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초등학교 현실에서 그런 휴게시설을 갖춘 초등학교가 몇 개교나 될까? 책걸상만으로 가득 한 교실에서 학생들이 하루 종일 견뎌야 한다면 온종일 돌봄 학교가 아니라 탈출하고 싶은 감옥이 아닐까? 이렇게 12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 어느 초등학생은 ‘학교를 폭파해버리고 싶다’고 일기에 썼다고 한다.

‘학교폭력 및 학생위험 제로(Zero) 환경 조성’ 등의 내용을 보면 한결같이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학교 현장을 감시하는 대응책이 대부분이다. 왜 학생들이 폭력적이 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성찰이 부족하다.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학교환경을 바꾸려는 사고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교육공약은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 정원 확대 등 긍정적인 요소들도 더러 있지만 위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교육문제에 대한 성찰 보다는 그동안 역대 정부들이 추진해 온 경쟁과 교육시장화 정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과 불만들을 대증적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인수위 출범과정에서 초등학생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폐지 같은 제도는 보수 단체들의 압력에 밀려 후퇴하고 있고, 20조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학생 반값 등록금이나 고등학교 무상교육, 교원 정원 확대 등과 같은 정책들도 예산이 제대로 확보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진정으로 우리 학생들을 입시지옥과 경쟁이라는 황폐한 상황에서 구출하고, 교실붕괴나 학교폭력과 같은 위기상황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학벌숭배의 사회풍토와 대학서열화, 학력간 임금격차 등과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구체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국민의 아픔을 해소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자의 소망과 부합하는 길이 아닐까?

이동백<전교조 전북지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