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발표일, 약속 지켜야
공모전 발표일, 약속 지켜야
  • 장세진
  • 승인 2013.01.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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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에서 문예지도를 하고 있는 교사이다. ‘원로교사’(만 55세이상의 교사)이지만, 필자가 글쓰기 지도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제자들의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즐거워서다. 또 상을 받고 기뻐하는 제자들 모습이 교사로서의 보람을 무한 갖게 해주어서다.

그런데 학생들을 울리는 등 실망시키는 공모전이 있다. 작년에도 지적했는데, 개선은커녕 더 심화된 양상이라 다시 펜을 들었다. 가령 ‘내가 꿈꾸는 미래녹색도시 공모전’을 주최한 녹색성장진흥원의 경우 처음 발표한다던 약속을 한 번도 아니고 무려 두 번이나 미루었다.

2011년 제천녹색세상이 주최한 ‘제7회전국자연사랑 생명사랑 시 공모전’ 역시 처음 발표한다던 약속을 두 번이나 미루었다. 지난 해 공모전에서도 당초 공지한 날짜를 어기고 10일이나 늦춰 발표한 바 있다.

무슨 말 못할 주최측 사정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과연 전국대회를 치를 역량이 있는 단체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진행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홈페이지를 통해 양해를 구했다곤 하지만, 발표일 지연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공교롭게도 ‘녹색’이 공통적으로 들어간 이들 단체의 공모전 최고상은 환경부장관상이다. 그걸 보면 환경부 산하 단체이거나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는 환경단체들로 관련 행사를 치르는 것이라 짐작된다.

응당 환경을 살리겠다며 관련 단체에서 학생 대상의 공모전이나 백일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만큼 그들 단체의 존재가치를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하는 공모전을 그리 ‘개념없이’ 진행해선 안될 것이다.

그 동안 주최(주관)측 홈페이지를 수없이 방문하는 등 시간낭비가 심했음은 물론이다. 어른으로서 어린 학생들에게 ‘쪽팔릴’ 일도 그렇지만, 불신마저 심어준다면 많은 돈을 들여가며 굳이 그런 공모전을 할 이유가 없는 게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한국도서관협회 산하 ‘문학나눔’에서 주최하는 ‘제19회우수문학도서독서감상문모집’은 마감 날짜를 미루더니 아니나다를까 심사결과 발표일까지 10일이나 늦추었다. 마감 날짜 연장은 기한에 맞춰 열심히 준비한 많은 응모학생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심사결과 발표 연기를 예사로 하는 주최측은 깊이 명심했으면 한다. 내게 “왜 발표하지 않느냐”며 따지듯 묻는 제자들이 있기도 했지만, 대놓고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어린 학생들일망정 모두 어른들의 ‘개념없는 짓’을 느끼긴 한다는 사실이다.

한편 이런 경우도 있어 지도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궁색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지난 해 7월 31일 작품모집을 마감하고 이미 수상자까지 발표한 ‘제21회원자력공모전’은 참가 학생과 교사에게 준다던 기념품을 겨울방학중인 지금에서야 보내오기도 했다.

하긴 그것은 ‘제43회한민족통일문예제전’에 비하면 양반일지도 모른다. 민족통일전라북도협의회의 경우 지난 해 10월 5일 시상식후 석 달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도 2명의 수상학생 상장을 보내주지 않고 있다. 전화를 두 번씩 했는데도 그렇다. 과연 학생들에게 뭐라 변명해야 하는지 만천하에 답을 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교총의 한국교육신문은 교원을 대상으로 한 ‘2012교단수기공모’에서 심사결과를 애초 입상자 발표일보다 2주나 늦게 공지했다. ‘제1회이해조문학상’과 ‘제12회최계락문학상’ 역시 공지한 날보다 며칠씩 늦게 발표했다. 애초 공지한 입상자 발표일을 지키는 공모전이 오히려 비정상이라 할 정도라면 그게 온당한 일이겠는가!

앞으로 주최측은 툭하면 발표연기 따위 공신력 잃는 행태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좋은 일 하며 욕 얻어먹는 것이 안타까워 하는 말이지만, 정 힘에 겨우면 개최하지 않으면 될 터이다. 국민과의 공적인 약속이나 다름없는 무릇 공모전의 입상자 발표일은 꼭 지켜져야 한다.

장세진(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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