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피로스 승리를 넘어 통합으로
이제는 피로스 승리를 넘어 통합으로
  • 최낙관
  • 승인 2012.12.2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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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모두는 아직 열어보지 않은 새해의 희망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올리며 크고 작은 저마다 소망들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희망의 다른 이름은 미래이다. 하지만, 그 미래의 문은 ‘과거’라는 통로와 연결되어 있기에 지나간 시간에 대한 통찰과 반성은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토양이 된다. 그래서 지난 시간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빛바랜 과거의 사진이 아니라 현재를 넘어 미래로 가는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다. 진보란 그래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사회변화의 결과라는 사실에 우리 모두는 동의하게 된다.

지난 2012년에도 우리 사회는 진화를 위한 많은 내홍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한꺼번에 치렀던 지난해는 말 그대로 ‘선거의 해’로 기록되는 중요한 해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말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좀 더 세련된 정글의 법칙일 뿐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난 총선에서는 ‘무상복지’가 쟁점이었고 12월 19일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명분을 위한 화두였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경제민주화이며 누구를 위한 경제민주화인지 과연 그 진의미를 알고 투표한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문제는 이번 대선 또한 과거의 선거와 어떤 점에서 진일보한 선거인지 선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꺼리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구태의 반복 그 자체만으로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아플 뿐이다. 그 아픔의 근거에는 실종된 정책선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의 과정과 결과를 들여다보면 그 심각성은 더욱 가중된다. 야권과 진보의 통합이라는 명분 속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했고 결국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대결과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대결로 그 끝을 맺게 되었다.

18대 대선은 전국 투표율 75.8%, 득표율 51.6%로 이념적으로 보수를 지향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48%의 지지를 획득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다. 지난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과반의 득표와 첫 여성 대통령 당선자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선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역사적 이면의 그림자 속에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선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그 갈등의 본질은 많은 희생적 비용과 대가를 치르고 근소한 우위를 확보한 피로스 승리(pyrrhic victory)에 있다. 결국, 이러한 승리는 궁극적으로는 패배와 다름이 없는 승리로 재해석할 수 있다. 그 결과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은 해결하기 힘든 요원한 문제로 부메랑이 되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신구세대 간 갈등은 도를 넘고 있다. 선거 이후 진보성향의 젊은 층이 노년층을 비판하는 청원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갈등이 무섭게 점화되고 있다. 50~60대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으니 이들이 누리는 복지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노인들에 주어지는 기초노령연금과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사이버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박빙의 승부였던 만큼 패자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패자는 승복하고 승자는 포용하는 태도가 아쉬울 뿐이다.

이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작금의 진통과 아픔을 우리는 2013년 도약을 위한 성장통으로 승화하고 공존과 평화를 위해 대승적 통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물론 사회통합은 어려운 과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통합을 위한 첫 번째 출발점은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다름 인정’, 즉 톨레랑스의 실천에 있다. 여기에는 너와 내가 없다. 우선 정치권은 정치권 나름대로 희망과 통합의 정치를 위해 진정성 있는 낮은 자세와 태도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 나아가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민사회는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중재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내에 존재하는 많은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극대화해야 할 무거운 책임을 안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권익옹호와 사회서비스 제공을 통해 무너진 질서를 아래로부터 복원해 나가는 통합의 행보가 무엇보다도 우선시 된다. “지혜, 용기, 전체가 조화될 때 정의가 실현되고, 또한 만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이상 국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플라톤의 철학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중요한 것인 사고의 전환이다. 2013년 계사년의 상징인 뱀은 혐오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뱀은 생명 탄생과 끈질긴 생명력 그리고 치유의 힘과 지혜를 의미하는 12지 중 하나이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아픔을 치유하고 나아가 불굴의 생명력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희망의 새해이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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