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마 최강전 우울한 현실
프로-아마 최강전 우울한 현실
  • /노컷뉴스
  • 승인 2012.12.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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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풍(고양 오리온스)은 성균관대와의 프로-아마 최강전 1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못뛸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 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제작한 대회 홍보 영상에서 외국인선수가 없어도 전태풍이 있기에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던 그다. 농담삼아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전태풍은 "너무 민망해요"라며 웃었다.

전태풍은 프로농구 정규리그 막판 무릎을 다친 관계로 휴식이 필요했다. 뛰기 싫어서 안 뛴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홍보 영상 제작에 참여한 프로농구 스타들 가운데 대학과의 1라운드 경기에 결장한 건 전태풍 뿐만이 아니다. 김선형(서울 SK), 김태술(안양 KGC인삼공사) 등도 부상과 체력 회복을 이유로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KBL이 대회 홍보를 위해 간판으로 내세운 선수들이 코트에 없다? '마지막 승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농구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야심차게 첫 스타트를 끊은 프로-아마 최강전의 우울한 현실이었다.

▲몸 사린 프로팀들, 구단 이기주의?

대회가 정규리그를 잠시 중단하고 진행된 관계로 프로 구단들은 몸을 사렸다. 특히 대학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주축 선수들이 대거 결장했다. 부상과 체력 저하를 걱정했다. 그 결과 팬들이 궁금해하는 경기(프로vs대학)에서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스타는 보이지 않았다.

프로 구단이 정규리그에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농구인들은 농구 붐을 다시 일으켜보자는 대회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구단 이기주의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프로 감독들은 강심장을 가진 것 같다. 스타들을 과감하게 빼고 하는 것을 보니 대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대학 선수들도 "크게 지더라도 프로팀과 100% 전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다"며 아쉬워 했다.

▲프로도 할 말은 있다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살아남은 아마추어 팀은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상무(국군체육부대)와 중앙대 뿐이었다. 경희대, 고려대 등 대학리그의 강자들은 모두 조기 탈락했다. 프로는 100% 전력을 쏟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변을 허락한 KGC인삼공사를 제외한 모든 팀들이 첫 관문에서 대학팀들을 눌렀다.

프로팀들도 할 말은 있다. 100% 전력을 쏟지 않아도 대학팀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KT가 좋은 예다. KT는 장재석과 김현민, 민성주 등 정규리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빅맨들을 앞세워 이승현과 이종현 트윈타워를 자랑하는 고려대를 압도했다. 경험과 노련미에서 한수위였다. 게다가 프로의 짜임새있는 수비 전술은 대학 선수들에게 큰 압박이 됐다.

체력과 선수층의 차이도 컸다. 프로에 비해 대학팀은 주전과 비주전급의 기량 차이가 현격하다. 그러다 보니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4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프로보다 대학 선수들의 체력이 좋을 것 같지만 경기 중에는 그렇지 않다. 프로팀은 선수 기용을 폭넓게 할 수 있어 여유가 있었다.

대학팀이 프로팀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다가 4쿼터에 급격히 무너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각각 경희대, 한양대와 3쿼터까지 접전을 펼쳤던 인천 전자랜드의 차바위와 원주 동부의 이광재는 "역전을 당해도 질 것 같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도 100% 전력 아니었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대회 일정을 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프로팀이 정상 전력을 낼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은 대학팀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 선수들은 지난 10월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프로 구단에 조기 취업했다. 3학년을 중심으로 예비 신입생을 합류시켜 2013시즌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에 이번 대회가 열렸다. 프로야구와 비교하면 스프링캠프도 아니고 마무리 훈련 도중에 대회를 치른 것과 다름없다.

만약 중앙대에 장재석, 임동섭(서울 삼성), 유병훈(창원 LG) 등 4학년 5인방이 있었다면 대회 양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관점의 차이가 대회를 흔들었다

KBL은 농구대잔치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실업팀과 대학팀의 뜨거웠던 명승부가 재현되기를 희망했다. 현실은 달랐다. 프로팀은 100% 전력을 쏟지 않아도 대부분 접전 끝에 승리하거나 여유있게 대학팀을 압도했다.

오히려 팬들은 승부보다는 김종규와 김민구(이상 경희대), 이승현과 이종현, 허재 전주 KCC 감독의 아들 허웅과 천기범(이상 연세대) 등 예비 프로농구 스타들의 기량에 주목했다. KBL은 김영수 총재 때부터 프로-아마전을 통해 예비 스타들을 팬들에 미리 선보일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그 아이디어는 이제야 빛을 발했다.

하지만 대회 취지가 무색하게도 대학 스타들이 홀대를 받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대회 초반에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만으로 공식 인터뷰실에 대학 선수들이 초청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대회는 예비 스타들을 소개하는 기회의 장으로 가치가 컸지만 KBL이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했는가는 의문이다.

또 대회 방식이 단판 토너먼트제로 진행되다 보니 대학팀들의 대거 탈락으로 인해 예비 스타들의 기량을 감상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3일까지 대회 첫 6일동안 기록한 평균 관중수는 1928명에 불과했다.

▲마지막 승부, 마지막이 안되려면…

대다수의 관계자들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첫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이번에 나타난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삼아 더 좋은 대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대회 일정 조정이 필수적이다. 내년에도 대회가 개최된다면 그 시기는 9월쯤이 좋다. 프로팀들이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할 시기다. 대학리그를 한창 치르는 대학팀들의 전력도 탄탄할 시기다.

전창진 KT 감독은 "올해 프로농구 시범경기가 없었다. 대회 시기를 10월 드래프트 이전으로 앞당겨 시범경기를 대체하는 대회로 만들었다면 프로팀과 대학팀 모두 최선을 다하고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4학년들을 미리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일정을 9월로 조정하는 방안은 이미 논의되고 있다. 대학리그를 잠시 중단하고 프로-아마 최강전을 개최하는 것은 대학농구연맹의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부영 감독을 비롯한 대학 지도자들과 연맹 측은 이미 프로팀들을 배려해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정을 논의할 때 프로 구단이 대부분 9월에 전지훈련을 떠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대회에 열정을 더할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올해처럼 대학팀들이 조기 탈락해도 대회 열기를 유지하려면 프로팀들 간의 경쟁도 뜨거워야 한다.

최강전 맞대결 전적을 정규리그 타이브레이크 룰에 포함시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두팀이 정규리그에서 3승3패 동률을 기록한다고 가정할 때 만약 두팀의 최강전 맞대결 결과가 있다면 이긴 팀이 순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정규리그 승부 이상의 열기가 뿜어져나올 것이 자명하다.

9월은 프로팀에 외국인선수가 들어와 본격적으로 손발 맞추기에 돌입하는 시기다. 프로팀들끼리 대결할 때에는 정규리그 규정에 맞춰 외국인선수의 출전을 가능하게끔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단판 토너먼트제를 조별리그 방식으로 전환하는 논의도 필요해보인다. 단판 시합이 주는 묘미도 분명 짜릿하지만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팬들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돼야 한다. 대회 기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그 시기를 프로농구 시즌 개막 이전으로 앞당긴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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