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상향의식
한국인의 상향의식
  • 유춘택
  • 승인 2012.11.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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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보고 걷자’, ‘출세를 하라’는 대중가요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런 노래들이 유행된 까닭은 우리 한국인의 마음속에 잠재된 상향의식이 특별히 작용한 때문이라고 본다. 상향의식이란 자신의 처지를 보다 높이려는 의식으로 누구에게나 상향의식이 있겠지만 우리 한국인의 유별나게 강한 상향의식 때문에 우리 사회에 부조리와 부정부패가 만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오래된 조사통계이긴 하지만 영국에서 실시된 한 식품기업 노동자의 의식조사에 의하면 남자 노동자의 58%, 여자 노동자의 83%가 현장감독 자리에의 승진을 거부했다고 한다. 보다 상향 된 감독이라는 직위는 육체노동을 면할 수 있는 관리직의 자리인데도 그 상향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흥미가 없다거나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었다. 어느 한 사람 예외없이 감독 직위에 승진하고 싶은 우리 한국인에게는 이러한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인은 상향의식이 강하다. 서구인들은 상황이나 환경이 바뀌면 자연스레 하향을 하며, 이것 때문에 전혀 심경에 변화를 받지 않는다.

예컨대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에서 수상을 했던 사람이 자연스레 장관자리에 앉곤 한다. 영국의 흄 수상은 나중에 외무부 장관을 했고, 프랑스의 훠오르 수상은 문교부 장관을 했다. 수상으로서 장관자리에 하향했다 해서 털끝만치도 저항감을 갖거나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한국에서 국무총리를 했던 사람으로 후에 장관을 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과 비교해볼 만하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구미인들은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알면 그만이다. 구미인들은 그 사람이 얼마나 높은 사람이냐, 낮은 사람이냐 하는 것은 알려고 하지도 않으며 관심도, 흥미도 갖지 않는다. 이를테면 저 사람은 우리 회사 제품을 사러온 상사원이라는 것만 알면 그만이지, 그가 평사원이냐, 차장이냐, 부장이냐, 사장이냐 하는 것은 전혀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곧 그 사람이 소속된 직업집단이 중요하지, 그 사람의 직위는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 것만 알아서는 성이 차질 않는다. 우리 사회는 어느 한 사람의 인격이나 교양, 재능, 지식, 창조력, 조화력 등 많은 복선요소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기보다 단선요소, 곧 그가 어떤 직책이 있느냐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성향이 농후하다.

가령 학력을 예로 든다면,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가 단선요소가 된다. 곧 학력이란 단선으로 그 사람의 모든 신분을 결정짓는다. 일류학교를 나오면 수준급의 배우자를 선택, 일류 취직자리가 보장되고 그것은 장래의 안정된 생활과 연결이 된다. 그러기에 일류대학을 나오기 위해서는 유치원부터 '일류'에 다니게 해야 하고, 그 일류라는 단선을 붙들고 기어오르기 위해 본래의 인격 함양의 공부와는 전혀 별도의 기어오르기 공부, 곧 수험공부에만 치중하게 되고 그것이 악성의 과외병을 만연시킨 것이다.

혹심한 경쟁 속에서 서로 뛰어넘고, 서로 밀치고 차고 떠밀어 가며 소수만이 가능한 외줄기 상향선 지향을 한다. 그러기에 상향한 소수의 마이너리티(사회적 약자)보다 상향선에서 떨어져 나간 다수의 메이저리티(기득권자)로 한국 사회의 기층이 형성되고, 그 메이저리티의 좌절감이 마이너리티에의 불신, 불만, 반동으로 고질적인 단절을 이루기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 때문에 한국인은 같은 동료나 같은 집단사람, 그리고 직위서열이 같은 사람일수록 무자비하게 짓밟고 모략하고 헐뜯고, 마냥 단독성향만 하려한다. 종적인 단선을 타고 단독성향을 하기 위해서는 횡적인 복선적 요소를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반목과 갈등, 부조리의 원천적 씨앗이 바로 여기에서 싹트고 있지나 않을까 싶어 생각해 보았다.

유춘택<전주시자원봉사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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