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68>병풍 속의 닭새낀개
가루지기 <368>병풍 속의 닭새낀개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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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18>

"어디 봅시다. 우선 뜨신 수건으로 식보부터 해봅시다."

"그걸허면 낫소?"

"언젠가 내가 발얼 삐었는디, 의원영감이 그럽디다. 다급헐 대넌 뜨신 수건으로 식보럴 허면 낫는수도 있다고요."

"허면 해보씨요."

강쇠 놈이 가랭이를 쩍 벌려 주었다. 잠잠하던 거시기 놈이 먼저 알고 고개를 쳐들었다.

주모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강쇠 놈의 귀에도 또렷이 보였다.

"욕심내지 마씨요. 병풍 속의 닭새낀개."

강쇠 놈이 중얼거리는데, 주모가 거시기 놈을 배꼽 쪽으로 눌러놓고 탱자 위에 감자 간 것을 삼베조각에 싸서 가만히 얹었다. 우선은 서늘한 느낌이 들면서 쏙쏙 아리던 통증이 조금은 가신듯 싶었다.

"팔목이나 다리목겉으면 끄내키로 쫌매기라도 하련만, 손으로 가만히 누르고 있으씨요."

주모가 강쇠 놈의 손 하나를 가져다 얹어 주었다.

"고맙소, 아짐씨. 아픈기가 쪼깨는 가신듯 허구만요."

"그렇소? 챙자가 놀래기만 했을뿐, 깨지지는 안했는갑소. 밤잠을 자고나면 나슬 것이요."

"그랬으면 오직이나 좋겄소. 썩을 놈, 지놈이 사령이면 사령이제, 애 먼 사람얼 병신얼 맹글다니. 아매, 그놈이 총각의 거시기럴 보고 시암이 낫는갑소. 어린 아새끼만헌 지 놈껏얼 생각헌깨 시암이 나서 죽고 싶었을 것이요."

주모가 사령놈한테 욕지기를 내뱉았다.

"아짐씨가 어뜨케 안다요? 사령나리의 거시기가 아새끼 잠지라는 것얼 어찌 안다요?"

강쇠 놈이 실실 웃었다.

"술 쳐묵으로 와서 하도 조르길래 속곳 한번 내려줬는디, 문전만 더럽히고 맙디다. 어디 가서 빰다구 맞기에 딱 좋습디다."

"흐긴, 그랬을 것이요. 제 발등에 오줌 싸는 놈인디, 오죽허겄소?"

"그런 놈이 색탐언 많아가꼬, 인월 운봉 주막년덜 치고 그놈헌테 문전 안 더럽힌 년이 없을 것이요. 꼭 이부자 짱이랑깨요."

"이부자요?"

강쇠 놈이 물었다.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했고, 처음 듣는 것 같기도 했다.

"한 천석지기 쯤 되는 부자가 하나 있소. 그 놈이 어찌나 색얼 밝히던지, 주막에 색시가 들어오면 그놈이 먼저 응감얼 해야허요."

"아짐씨도 그랬소?"

"목구녕이 포도청인디, 어쩔 수가 있소? 결국에는 그 질로 갑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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