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의 안정적 공급, 그 대비책은?
수돗물의 안정적 공급, 그 대비책은?
  • 신환철
  • 승인 2012.10.28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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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하지만 그 가치를 망각하여 쉽게 낭비하는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물이다. 물은 인류역사의 흥망성쇠를 이끌었으며 지금도 물관리 여하에 따라 한 국가와 지역이 운명을 달리하고 있다. 상하수도 분야의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잡힌 선진국이 있나 하면 물부족이나 오염으로 고통받는 국가가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광역상수도라는 대규모 공급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양질의 수돗물을 저렴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기준 가구당 월평균 수도요금은 1만 2천원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훨씬 싸다. 공공요금인 전기료의 4분의 1, 통신비의 11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게 물값이다. 그렇다고 물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세계 물맛 대회에서 TOP 10에 들어갈 정도로 대한민국 수돗물은 이미 세계수준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미 UN이 지적한 물부족 국가일 뿐 아니라 하천수와 지하수가 오염되면서 수돗물의 수질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구제역으로 가축을 생매장했던 곳에서 침출수가 유출되고, 일본의 원전사태로 방사성 물질이 비에 섞여 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돗물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초에는 극심한 겨울가뭄으로 낙동강에서 취수에 비상이 걸리기도 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어 시민에게 불편과 피해를 끼친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구미에서는 대규모 수돗물 공급중단 사고로 주민불편은 물론 기업 활동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이른바‘Smart City’를 자처하던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노후 배수관이 파손되어 3천여 가구가 사흘 동안 물 없이 생활하는 웃지 못할 사고도 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에만 전국적으로 2만 3천건의 단수사고와 14만건의 누수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낡은 수도관에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전체 관로(4,900km) 중 약 22%인 1,068km가 매설한 지 20년이 지난 노후 수도관이다. 결국 수도사업자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낙후된 수도시설의 현실 앞에서 시민들은 수돗물 공급중단이라는 재앙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돗물을 효과적으로 생산·공급하기 위해서는 낡은 수도관을 정비하고 안정적인 수도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미급수지역에는 상수도시설을 확충하여 국민 모두가 고른 급수혜택을 누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의 중요한 책무이다. 허나 재정 형편상 수돗물의 안정적 공급을 뒷받침할 상수도시설에 대한 투자는 요원하다.

사실, 많은 지자체가 서민물가를 고려, 상수도특별회계를 적자로 운영하면서 그 부분을 주민세금으로 보전하거나 지방채로 메우고 있다. 물값 현실화가 당장은 부담이 되지만, 마냥 상수도 적자를 늘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방정부나 주민 모두 물의 가치를 되짚어보면서 중단 없는 수돗물 공급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우선, 정부는 물값 현실화의 필요성에 대해 주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특히, 상수도 적자는 결국 주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무임승차(free-rider)를 없애고 물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물값을 제대로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의식전환도 필요하다. 우리가 시설투자를 게을리하여 물공급이 중단될 경우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국가경제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낮은 물값과 이로 인한 만족은 고스란히 후손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그 가치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있는 물값을 조금만 올려도 안정적인 수도시설 구축이 가능하고 그 결과 구제역 침출수 사태나 이상가뭄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신환철 / 전북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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