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고 있다
가을이 가고 있다
  • 김복현
  • 승인 2012.10.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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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아침저녁 꽤 쌀쌀해진 날씨를 접할 때마다 가을이 휙휙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가을이 가는 소리와 함께 가을의 상징인 활짝 핀 국화, 그리고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차분한 생각보다는 조급한 생각이 든다.

한 해의 끝자락이 보이기 때문일까? 특히 국화 향기가 그윽하면 산은 옷을 바꿔 입는다. 여기에 맞춘 듯 우리네 모습도 산처럼 변해가고 있다.

평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다가도 산에만 가려면 화려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때깔 좋은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색깔을 입히니 하는 말이다. 사실 등산은 돈이 안 드는 레저생활이라고 즐겼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환경이 확 바뀌어 버렸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자연에 동화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 자연이 만들어낸 가을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계절이라고 해야 할까? 울긋불긋 핀 코스모스 꽃밭에서는 잠자리가 코스모스 꽃잎에 가는 세월의 아쉬움을 그리워하면서 입맞춤을 하는 듯하고, 머리를 들어 높은 하늘을 바라보면 파란 물감이 금방 쏟아질 듯 한 하늘이 펼쳐있다. 글자 그대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요즘 가을 하늘은 더없이 높고 파랗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아 보이는 이유는 기상학적으로는 양쯔강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하강 기류 때문이며, 이 기류는 차고 건조하여 구름이 거의 생기지 않아 하늘이 높아 보인다고 한다. 또 하늘이 유난히 새파랗게 보이는 것은 하강기류 덕분에 먼지가 떠오르지 않아 빛의 산란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햇빛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빛 가운데 파장이 가장 긴 붉은빛은 먼지와 충돌해도 흩어지지 않고 지표면까지 잘 도달하게 되어 있지만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한 파란빛은 먼지와 부딪치면 이리저리 흩어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먼지가 가라앉은 요즈음 날씨는 파란색이 지표면까지 도달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기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게 되는 것이며 이 파란 하늘과 신선한 날씨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하게 그냥 놔두지 않는다. 괜히 싱숭생숭해진다. 특히 가을이 되면 남자의 마음이 움직인다고 한다. 아마도 남자와 여자는 각기 다른 마음 씀씀이를 간직하고 태어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사냥을 잘 할 수 있는 심신으로 여성은 채집을 잘 할 수 있는 심신으로 신체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일까? 이에 따라 봄이 되면 여자들은 어딘가 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지며 그러한 유전자 때문인지 봄을 즐기면서 봄바람과 같이 집을 나와 산과 들에 핀 꽃을 즐기면서 채집을 한다. 반면에 남성은 사냥감이 풍족한 가을과 초겨울이 되면 산과 들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가을이 되면 사냥을 나서는 마음으로 변한다고 한다. 옛날 같으면 사냥을 하러 나서야 할 요즈음이지만 지금은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이 남자의 마음인 것 같다. 그래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하는가?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남자 여자 구별 없이 모두가 같이 즐기고 있다. 그것도 자연과 같이하는 가을이고 보니 시끄럽고 복잡한 삶의 현장을 떠나 산과 들을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 아마도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우리가 살아야 할 사회 환경이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깔려 있기 때문에 어렵게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이제 50여 일 남은 18대 대선은 어찌할 것인가?

당장 걱정이 되는 것들을 보면 북한병사의 안보 경고 노크 문제와 전직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관련 여부 논란, 추락하는 경제지표, 한·중·일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 끝이 보이지 않는 통일 안보의 문제, 무상복지와 경제 민주화, 무상급식 문제, 사회통합 문제,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연일 발생하고 있는 사회 환경이 무너지는 소리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우리의 처지는 한순간도 느슨할 겨를이 없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에 세계경제와 정치판도가 큰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며, 북한의 변화와 통일외교에 대한 대처방안도 중요하기에 이번 대선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닥쳐오는 세계금융위기, 식량위기, 자원위기, 환경위기를 대비하는 생각은 하고 있는지? 무너져 내리는 사회 환경 문제는 누가 해결을 할 것인지? 깊어가는 가을에 사냥감을 제대로 찾아내서 부강한 나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해 본다.

김복현<익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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